제6회 세계도시계획대학총회(WPSC 2026, 헬싱키·에스포)의 본회의(Plenary) 스트리밍과 현장 참관을 정리한 연재다. 네이버 블로그(novacite)에 게재했으며, 사진·표에는 제목과 출처를 명기하고 각 편의 스트리밍 링크를 출처로 밝혔다. 먼저 일자별 색인으로 총회 6일의 기사를 날짜순으로 훑고, 이어 요약 연재(총회 흐름 4부 압축)와 본회의 상세기록(스트리밍 전사)을 싣는다.
총회장 앞에서 — 대회 대주제 「PERIPHERAL VISIONS」 배너 (촬영 2026.7.1 · 헬싱키대학교 본관 앞)모바일워크숍 MW13 — 헬싱키-우시마 광역계획 「VISION」 국제 동료검토 (촬영 2026.7.1 오후 · 서파실라 지역위원회 청사)
Ⅰ. 일자별 색인 — 총회 6일(6/28~7/3)의 기록
출장 기간에 작성한 WPSC 기사 21편을 날짜순으로 정리했다. 현장기록·현장답사는 그날그날의 참관·답사기이고, 요약 ①~④와 상세 ①~④는 본회의 스트리밍을 전사한 연재다. 요약·상세는 「↓ 본문」으로 이 페이지 안에서 바로 열리고, 나머지는 네이버 블로그(novacite) 원문으로 연결된다. 타피올라·야트카사리는 이 플랫폼의 답사 상세페이지(플랫폼 상세)로도 연결된다.
2026년 세계도시계획대학학회 총회(WPSC) ① 개막 — 「주변부의 시선」, 그리고 계획의 디지털 전환
제6회 세계도시계획대학총회(World Planning Schools Congress, WPSC 2026)가 2026년 6월 29일 핀란드 에스포·헬싱키에서 막을 올렸다. 전 세계 도시계획대학이 5년마다 한자리에 모이는 최대 규모의 학술 총회로, 올해는 알토대학교·헬싱키대학교·탐페레대학교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 글은 총회 기간 내내 Vimeo로 단방향 생중계된 본회의(Plenary) 스트리밍과 현장 참관을 함께 정리한 4부 연재의 첫 편이다.
총회 대주제 「PERIPHERAL VISIONS」 배너 — 헬싱키대학교 본관 앞 · 촬영 2026.7.1 09:19 · 원로원광장, 헬싱키
5년에 한 번, 도시계획 학계가 모이는 자리
WPSC는 세계계획교육협회네트워크(GPEAN)와 11개 대륙별 회원단체가 공동으로 여는 총회다. 2001년 상하이를 시작으로 5년 주기로 열려 왔고, 이번 헬싱키가 여섯 번째다.
[표 1] 제6회 WPSC 2026 개요(출처: WPSC 2026 공식 홈페이지 wpsc2026.org, Aalto University 이벤트 페이지, GPEAN)
구분
내용
명칭
제6회 세계도시계획대학총회(6th World Planning Schools Congress)
대주제
Peripheral Visions: Rethinking Planning (주변부의 시선, 계획을 다시 묻다)
올해 대주제 「Peripheral Visions」는 기후위기·포퓰리즘·전 지구적 경제력의 압력 속에서 "계획이 여전히 정의롭고 살 만한 세계를 만들 수 있는가"를 묻는다. 중심이 아니라 주변부의 시선으로 계획을 다시 사유하자는 문제제기다.
개막 기조 — UN-Habitat 사무총장 아나클라우디아 로스바흐
첫날 오후 4시, 개막 본회의가 총회의 문을 열었다. 스타 스피커로 나선 이는 유엔 해비타트(UN-Habitat) 사무총장 아나클라우디아 로스바흐(Anacláudia Rossbach)다. 주거·비공식 정착지·도시정책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해 온 경제학자로, 2024년 유엔총회에서 사무차장급 사무총장으로 임명됐다. 전 세계 주거 위기와 비공식 정착지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 온 그의 개막 기조는, 총회 대주제인 '주변부'가 곧 전 지구적 도시 불평등의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개막 본회의 스트리밍: vimeo.com/event/5991823 (6.29 월 16:00) · 이어진 기조: vimeo.com/event/5991898 (6.29 월 17:45)
첫날의 학술 기조 — "민주주의, 테크노크라시, 아니면 테크노-결정론?"
개막에 이어 열린 학술 기조 세션은 핀란드 계획학자들이 함께 선 자리였다. 제목은 「Democracy, technocracy or techno-determinism? — Insights into the digitalisation of planning in Finland」. 발표자는 한나 마틸라(Hanna Mattila, 투르쿠대), 필비 눔미(Pilvi Nummi, 알토대), 에벨리나 하르시아-미콜라(Eveliina Harsia-Mikkola, 알토대) 세 사람이었다.
개막일 학술 기조 「Democracy, technocracy or techno-determinism?」 제목 화면 · 촬영 2026.6.29 16:39 · 알토대학교, 에스포
세션이 던진 물음은 하나였다. "빠르게 변하는 세계에서 계획은 어떻게 민주적이고, 포용적이며, 응답적일 수 있는가?" 세계에서 가장 디지털화된 나라 중 하나인 핀란드가, 자국의 계획 디지털 전환을 오히려 비판적으로 들여다보는 자리였다.
국가 '계획정보모델'과 기계가 읽는 도시계획
발표의 핵심은 진행 중인 디지털 전환이었다. 핀란드는 기존 토지이용·건축법을 대체하며 모든 계획을 국가 계획정보모델(National Planning Information Model) 형식으로 작성하도록 하는 제도(RYHTI 시스템)를 도입하고 있다. 환경부가 주관하며, 2028년 말까지 모든 신규 토지이용계획을 기계가 읽을 수 있는(machine-readable) 형식으로 공개하도록 한다. 계획의 규정과 지침은 사전에 정의된 코드 목록에서 선택해 기계 판독이 가능해야 한다. 계획가는 이제 '정보모델을 통해' 계획의 내용을 다시 사고해야 한다.
정보모델은 계획을 '지원'하는 도구일까, 아니면 계획 자체를 '견인'하기 시작하는가? — 이 세션이 끝까지 붙든 질문이다.
세 개의 개념으로 현상을 읽다
발표자들은 민주주의·테크노크라시·테크노-결정론이라는 세 개념으로 이 현상을 진단했다.
[표 3] 첫날 학술 기조가 제시한 세 개념(출처: WPSC 2026 개막일 학술 기조 「Democracy, technocracy or techno-determinism?」, 2026.6.29)
개념
핵심
계획에서의 함의
민주주의(Democracy)
시민·다수의 결정, 가치의 공론
참여·숙의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함께 결정
테크노크라시(Technocracy)
전문가·지식에 의한 통치
불가피한 위임이나 가치 문제까지 잠식 위험
테크노-결정론(Techno-determinism)
기술 논리가 과정을 좌우
정보모델·도구가 계획의 방향을 규정
13명의 전문가 인터뷰에서 드러난 현장의 목소리는 구체적이었다. 계획가와 IT 전문가가 공통 언어 없이 '두 개의 세계'에 나뉘어 있다는 것, 데이터를 개방하라는 접근성의 요구와 닫으라는 보안·프라이버시의 압박이 충돌한다는 것, 그리고 잘 훈련된 계획가가 정작 상호작용·숙의·설계 같은 핵심 업무 대신 메타데이터와 시스템 구조에 시간을 쏟게 된다는 자성이었다.
결론 — 기술은 중립이 아니다
발표자들이 정책결정자에게 전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기술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으며 과정과 목표 자체를 바꾼다는 것이다. 그래서 디지털 전환은 계획체계 개혁과 따로 추진하지 말고 토지이용계획 개혁과 함께 가져가야, 비로소 '더 큰 효율과 더 큰 민주주의'라는 약속이 지켜진다고 했다.
서울에 남기는 물음
한국도 공간정보·도시계획정보체계의 디지털 전환을 빠르게 밀어붙이고 있다. 그래서 이 세션의 물음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데이터와 AI가 계획을 '지원'하되 '대체'하지 않으려면, 효율과 함께 형평·숙의를 어떻게 설계에 담을 것인가. 첫날의 헬싱키는, 보행자로 가득한 도심과 초록빛 트램이 '기술과 사람 사이의 균형'을 도시 공간으로 먼저 보여주는 듯했다.
헬싱키 중앙역 — 보행 중심 도심의 관문 · 촬영 2026.6.29 12:47 · 헬싱키 중앙역케스쿠스카투(Keskuskatu) 보행가로 — 트램과 보행이 어우러진 도심 · 촬영 2026.6.29 12:45 · 케스쿠스카투, 헬싱키
다음 편(②)에서는 총회 대주제 「Peripheral Visions」를 정면으로 다룬 헬싱키대학교 본회의의 세 기조 — 중국 도시화의 통사, 디지털·미래 전환, 그리고 계획의 신지정학 — 을 전한다.
본 글의 본회의 내용 출처: WPSC 2026 본회의 Vimeo 스트리밍(vimeo.com/event/5991823 · 5991898) 및 현장 참관 기록. 총회 개요·기조연사 정보는 wpsc2026.org, Aalto University, GPEAN 공식 자료.
요약 ②스트리밍 출처: vimeo.com/event/5991925 · 5991927
2026년 세계도시계획대학학회 총회(WPSC) ② 세 개의 시선 — 헬싱키대 본회의의 역사·미래·지정학
제6회 세계도시계획대학총회(WPSC 2026) 연재 두 번째 편이다. 7월 1일(수) 오전 본회의는 알토대 오타니에미 캠퍼스가 아니라 도심 원로원광장에 면한 헬싱키대학교 본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총회 대주제 「Peripheral Visions: Rethinking Planning」에 걸맞게, 이날 본회의는 중국의 도시화, 미래·전환, 그리고 계획의 신지정학이라는 세 개의 큰 시선을 차례로 펼쳐 보였다.
헬싱키대 본관 대강당 — 본회의가 열린 신고전주의 강당 · 촬영 2026.7.1 09:22 · 헬싱키대학교 본관, 원로원광장
200년 된 신고전주의 강당, 세계 계획학계의 토론장이 되다
기조가 열린 곳은 카를 루드비히 엥겔(Carl Ludvig Engel)이 원로원광장 일대를 신고전주의로 설계할 때 대성당·정부청사와 함께 세운 헬싱키대 본관이다. 높은 코린트식 기둥이 벽을 따라 도열하고 무대 중앙에는 금장 문양을 새긴 목제 연단이 놓인 대강당은, 학위수여식 같은 대학의 공식 의례가 열리는 상징 공간이다. 62개국 1,500여 명이 등록한 총회답게 개회 전부터 좌석은 물론 계단까지 참가자로 메워졌다.
먼저 이번 총회의 확정 기조연사 명단을 정리해 둔다.
[표 1] WPSC 2026 본회의 기조연사(출처: Aalto University 공식 이벤트 페이지)
연사
소속
핵심 주제
Anacláudia Rossbach
UN-Habitat 사무총장
주거·비공식정착지·도시정책
Libby Porter
RMIT University 도시연구센터장
토지·주거 정의, 강제이주
Mustafa Kemal Bayırbağ
중동공과대(METU)
도시정책·거버넌스
LIU Jian (류젠)
칭화대 건축학원
지역발전·도시재생
Stefano Moroni
밀라노공대
계획윤리·제도설계
Ali Madanipour
뉴캐슬대
도시변형·사회적 배제
Aleksi Neuvonen
데모스 헬싱키 공동창립자
미래연구(패널 좌장)
이날 본회의 스트리밍: vimeo.com/event/5991925 (7.1 수 09:00) · vimeo.com/event/5991927 (7.1 수 10:45)
① 중국 도시화와 계획의 진화 — 류젠(칭화대)
칭화대 건축학원의 류젠(劉健) 교수는 기조 「Coordinating for Consensus on High-Quality Development: Planning in China」에서 3천 년에 걸친 중국 계획 전통부터 오늘날까지를 통사적으로 조망했다. 수도의 공간 구성이 산·강의 자연지형과 예제(禮制)·풍수 원리에 따라 권력을 상징하고 중심화했다는 전통기의 원리에서 출발해, 19세기 중엽 개항·조계지를 통한 근대 계획제도의 이식, 1950년대 사회주의 산업화기의 소련 원조와 단위(單位) 중심 도시조직, 개혁개방 이후 매년 1천만 명을 넘는 농촌–도시 이동을 흡수한 초고속 도시화로 이어졌다.
기조 ① 류젠(칭화대) — 「중국의 계획: 고품질 발전을 위한 합의의 조율」 · 촬영 2026.7.1 09:34 · 헬싱키대학교 본관 대강당
이야기는 징진지(京津冀)·창장·주장 삼각주 같은 메가시티 도시군의 부상, 2019년 국토공간계획(國土空間規劃) 통합 개혁과 생태보호레드라인('18억 무 경작지 레드라인'), 매립지·제철소를 공원으로 되살린 도시재생, 주민참여형 커뮤니티 계획사 제도와 15분 생활권 표준, 나아가 고령화·기후변화 속 '성장에서 질적 발전으로'의 전환과 동북 수축도시 과제까지 닿았다. '문제를 정의하고 풀어가는' 계획의 공공적 역할과, 중앙–지방 관계·광역 조정·사회적 분리라는 과제를 함께 짚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② 디지털·지속가능 전환, 계획의 장기성 — 노이보넨 패널
두 번째 세션은 디지털·지속가능 전환을 주제로 한 패널 「Redefining the Future of Planning: Digital Advances」였다. 좌장 알렉시 노이보넨(Aleksi Neuvonen, 데모스 헬싱키)은 계획을 '미래에 대한 상상(imaginaries)을 현재의 행동으로 번역하는 실천'으로 규정하며, 전환의 시대가 품은 긴장들을 나열했다. 녹색성장을 말하지만 성장과 생태부하의 전 지구적 탈동조화 증거는 없다는 것, 정의를 기치로 내걸지만 정작 정의가 '효과'가 아니라 '구호'에 머물기 쉽다는 것, AI가 초생산성을 약속하는 동시에 통제 상실과 일자리 격변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기조 ② 노이보넨 패널 — 「계획의 미래를 다시 정의하다: 디지털의 진전」 · 촬영 2026.7.1 11:08 · 헬싱키대학교 본관 대강당
그는 제임스 브라이들의 '뉴 다크 에이지'(기술의 층이 쌓일수록 미래는 오히려 예측 불가능해진다)와 '잔인한 낙관(cruel optimism)'(전환의 돌파구는 늘 "두 걸음 앞"에 있다지만 미래는 계속 달아난다)이라는 두 개념으로 이 불안을 압축하고, '미래 없음'의 함정을 피하려면 긍정적 비전이 필요하다고 했다. 해법으로는 백캐스팅·시나리오로 '바람직한 미래군'을 정의하고 경로를 현재로 되짚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한 발표자는 "핵심은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그 데이터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가"라며 '돌봄의 윤리(care ethics)'를 계획 원리로 제안했다. 다른 패널은 AI가 세상을 지배하는 기계라기보다 "우리를 점점 더 AI처럼 행동하게(코드화되게) 만든다"며, 계획의 근본 질문은 '진정한 인간 경험을 지켜낼 수 있는가'라고 했다. 좌장이 카뮈를 비틀어 던진 "계획은 할 가치가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한 패널의 답이 오래 남았다.
"계획은 본래 인간적인 것이다. 미래를 내다보고 세상을 사유하는 일이 인간의 본성이기에, 우리는 계획을 멈추지 못한다."
③ 계획의 신지정학 — Globalization 2.0 (바이으르바으, METU)
세 번째 기조 「The New Geocortex of Planning — Globalization 2.0, Emergency Diagnostics and Transformational Planning」은 세션의 결을 가장 크게 흔들었다. 무스타파 케말 바이으르바으(Mustafa Kemal Bayırbağ, 중동공과대)는 강연을 스스로 "함께 성찰하는 일종의 집단 치료"라 부르며, 계획을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심리적·인지적 필요이자 본질적으로 공간적·정치적 활동으로 재정의했다.
기조 ③ 바이으르바으(METU) — 「계획의 신지정학: 글로벌라이제이션 2.0」 · 촬영 2026.7.1 11:51 · 헬싱키대학교 본관 대강당
핵심 진단은 문제와 개입 대상이 더 이상 고정된 행정 관할에 머물지 않고 '움직이는 표적(moving targets)' — 움직이는 사람·정보·서비스·문제 — 이 되면서, 고정 관할에 기댄 기존 계획이 무력화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국민국가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거버넌스 매트릭스'로 재편되며, 이 매트릭스를 실제로 돌리는 것은 비공식 네트워크와 '네트워크 관리자'라고 보았다. 그 중심에 설수록 다른 정부가 그에게 의존하게 되어 강권정치·일인 지배가 부상한다는 경고, 그리고 네트워크는 스스로 민주화되지 않으므로 그것에 진입해 재편할 수 있을 만큼 잘 조직돼야 한다는 숙제를 남겼다.
세 기조가 가리킨 한 방향
[표 2] 헬싱키대 본회의 세 기조 요약(출처: WPSC 2026 본회의 스트리밍 vimeo.com/event/5991925·5991927 및 현장 참관, 2026.7.1)
기조
연사
핵심 메시지
중국 도시화의 통사
류젠(칭화대)
계획은 특정 정치·경제 국면과 함께 진화한다
디지털·미래 전환
노이보넨 외 패널
기술이 아니라 '정의'가 전환을 이끌어야 한다
계획의 신지정학
바이으르바으(METU)
고정 관할을 넘어서는 유연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세 기조는 결이 달랐지만 한 방향을 가리켰다. 효율(기술·데이터)과 민주성(형평·숙의)을 분리하지 말라는 것이다. 서울의 도시계획정보체계 디지털 전환, 생활권(N분) 도시의 접근성 형평, 데이터·AI 기반 계획지원체계에 그대로 옮겨 읽을 수 있는 메시지였다.
다음 편(③)에서는 발표세션(Zoom Track)과 GPEAN Best Paper, 그리고 그 무대에서 직접 발표한 '효율과 형평의 균형' 생활권 최적배치 연구를 전한다.
본 글의 본회의 내용 출처: WPSC 2026 본회의 Vimeo 스트리밍(vimeo.com/event/5991925 · 5991927) 및 현장 참관 기록. 기조연사 정보는 Aalto University 공식 자료.
2026년 세계도시계획대학학회 총회(WPSC) ③ 효율과 형평 — 발표세션·Best Paper, 그리고 줄어들고 늘어나는 도시
제6회 세계도시계획대학총회(WPSC 2026) 연재 세 번째 편이다. 본회의(Plenary)가 총회의 큰 물음을 던졌다면, 실제 연구가 부딪히는 무대는 발표세션이었다. 발표세션은 온라인으로도 Zoom Track A·B로 중계됐고, 두 트랙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다. 6월 30일(화), 그 무대에서 Track 1(Accessibility & Mobility) 세션에 서서 '효율과 형평의 균형'을 주제로 구두 발표를 했다.
발표 제목 슬라이드 — 「효율과 형평의 균형: 보행 생활권 편의시설 최적배치」 · 촬영 2026.6.30 16:41 · 알토대학교 Track 1 세션장
발표세션과 Best Paper — 총회의 또 다른 축
이번 총회는 다수의 일반트랙과 특별세션, 라운드테이블로 짜였고, 발표세션은 알토대 오타니에미 캠퍼스에서 병렬로 진행됐다. 그중 GPEAN은 전통적으로 최우수논문(Best Congress Paper)을 선정해 시상하는데, 올해도 7월 2일(목) 오전 본회의에서 Best Paper 세션이 별도로 편성됐다.
[표 1] 본회의·발표세션 온라인 참여 링크(출처: WPSC 2026 Pre-congress 안내(Eva Purkarthofer))
발표 제목은 「Balancing Efficiency and Equity in Walkable Living Areas — Optimised Amenity Placement under Demographic Change」다. 인구가 줄어드는 도시와 늘어나는 도시가 한 도시 안에 공존할 때, 생활편의시설을 '어디서 줄이고 어디에 더할 것인가'를 선형계획(LP)으로 푸는 계획지원 모듈에 관한 이야기다.
연단에서 — 부산 6개 중생활권의 성장·안정·축소 궤적 설명 · 촬영 2026.6.30 16:41 · 알토대학교 Track 1 세션장
한국은 OECD에서 가장 빠른 인구구조 전환을 겪고 있다. 2020년 총인구가 감소로 돌아섰고, 문제는 이 감소가 도시 안에서 균질하지 않다는 점이다. 원도심 생활권은 늙고 줄어드는데 외곽 신시가지는 빠르게 커진다. 계획가는 정반대의 두 질문을 동시에 받는다. "예산을 아끼려면 시설을 어디서 통폐합할까"와 "보행 접근성이 공평하려면 시설을 어디에 더 둘까"이다. 2024년 「국토계획법」 개정으로 생활권계획이 법정계획이 되면서, 이 질문은 제도 안으로 들어왔다.
부산을 실증 무대로 — 네 겹의 계획지원 모듈
부산은 한 도시 안에 인구 궤적의 전 스펙트럼을 담고 있다. 총 770㎢·인구 330만·6개 중생활권을 250m 격자 19,469개로 나누고, 16종 생활편의시설 3,979곳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강서·기장은 성장, 동래·해운대는 안정, 강동·원도심은 축소다. 성장과 축소가 공존하기에, 하나의 모듈로 정반대 처방을 시험하기에 이상적인 무대였다.
핵심은 네 개 층위가 같은 파이프라인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다중수단 보행·대중교통 네트워크(Layer 1), 2SFCA 접근성 진단(Layer 2), Louvain 커뮤니티 검출 기반 생활권 구획(Layer 3), 그리고 선형계획 최적화(Layer 4)가 하나의 재현 가능한 오픈소스 파이프라인 위에서 돈다.
발표 뒤 토론에서는, 선형계획 기반 최적화의 '감사 추적(audit trail)' — 어떤 시설을 왜 열고 닫는지 근거가 문서로 남는다는 점 — 이 공론화·주민참여 과정에서 갖는 가치에 관심이 모였다. 실제로 강동 파일럿에서 LP가 제안한 폐지 3곳 중 2곳이 2025년 생활권계획의 전문가 심의 결과와 일치했고, 어긋난 한 곳은 '암묵적 선호' 대신 '문서화된 근거'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오히려 의미가 있었다.
첫날 학술 기조가 던진 물음 — 데이터가 계획을 지원하되 대체하지 않으려면 효율과 형평을 어떻게 함께 담을 것인가 — 과 이 연구는 정확히 맞닿아 있었다. 데이터와 최적화는 그 선택을 투명하게 만드는 도구일 뿐, 어떤 도시를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계획의 몫이다.
다음 편(④)에서는 폐막 본회의와 학회가 마련한 모바일워크숍의 녹색전환 광역계획, 그리고 총회 전체가 서울·수도권 계획에 남긴 시사점을 종합한다.
본 글의 출처: WPSC 2026 발표세션(Zoom Track A·B) 및 본회의 스트리밍(vimeo.com/event/5991907 · 5991917 · 5991930), 현장 발표·참관 기록.
요약 ④스트리밍 출처: vimeo.com/event/5991955
2026년 세계도시계획대학학회 총회(WPSC) ④ 계획을 다시 묻다 — 폐막, 녹색전환 광역계획, 서울에 남긴 것
제6회 세계도시계획대학총회(WPSC 2026) 연재의 마지막 편이다. 5일간의 본회의(Plenary)는 7월 3일(금) 오후 폐막 본회의로 마무리됐다. 이 편에서는 폐막과 시상, 학회가 마련한 모바일워크숍의 녹색전환 광역계획, 그리고 총회 전체가 서울·수도권 계획에 남긴 시사점을 종합한다.
폐막 본회의는 총회의 성과를 갈무리하고, Best Paper 등 시상과 함께 학계 네트워크의 다음 걸음을 확인하는 자리다. WPSC는 2001년 상하이 이래 5년 주기로 열려 왔으므로, 제7회 총회는 2031년으로 예정된다. 폐막 기조는 총회 대주제 「Peripheral Visions」가 던진 물음 — 기후위기·불평등·지정학의 압력 속에서 계획이 여전히 정의롭고 살 만한 세계를 만들 수 있는가 — 을 다시 학계 전체의 과제로 되돌려 놓았다.
폐막 본회의 스트리밍: vimeo.com/event/5991955 (7.3 금 16:00)
학회가 마련한 실전 무대 — 녹색전환 광역계획(VISION)
본회의가 담론이었다면, 7월 1일 오후의 모바일워크숍 MW13 「녹색전환을 위한 광역계획(Regional Planning for the Green Transition)」은 실전이었다. 헬싱키-우시마 지역위원회(Helsinki-Uusimaa Regional Council)가 수립 중인 광역계획 초안 「VISION — 혁신적 녹색전환을 위한 주제별 광역토지이용계획」을 놓고, 세계 각국 계획 전문가들이 영향평가와 국제 동료검토(peer review)를 수행하는 자리였다.
우시마는 헬싱키·에스포·반타를 품은 핀란드 남부 수도권으로, 인구 약 180만 명(핀란드의 31%), GDP의 39%를 차지한다. VISION 계획의 핵심 원칙은 "확장이 아니라 내부로 성장한다(Growing inwards, not outwards)"이다. 외곽 확산 대신 기존 시가지·인프라를 고밀화하고, 강한 중심지와 대중교통·보행·자전거망, 생태네트워크·재생에너지를 강화한다. 목표는 야심차다 — 2050년까지 인구 최대 220만 명, 그리고 2030년 기후중립 후 탄소 네거티브다.
방법론의 백미는 네 개의 교차주제(cross-cutting themes)다. 에너지·자연·산업·물·물류·국방이라는 여섯 개 부문 주제를, 하나의 지속가능 녹색전환 프레임으로 묶어 계획해법을 평가·감사하는 '감사자(auditor)' 역할을 한다.
[표 1] VISION 계획의 네 개 교차주제(출처: WPSC 2026 MW13 워크숍 배경자료 — Helsinki-Uusimaa Regional Council, 2026)
교차주제
핵심
① 기후변화 완화·적응
2030 기후중립 후 탄소 네거티브 + 회복력(적응 효과는 제한적)
② 안보·회복력·공급안정
총체적 토지이용으로 핵심기능 보호·시스템 분산
③ 정의·사회적 수용성
분배정의 + 인정정의, 협의를 넘어선 공동생산(co-production)
④ 혁신적 녹색전환
유연·예측가능한 프레임으로 혁신환경 강화
압권은 '영향평가 꽃(Impact Assessment Flower)'이라는 시각화 도구였다. 여섯 주제가 특정 교차주제에 기여하는 정도를 꽃잎의 색과 등급으로 표현해, 부문 나열이 아니라 관계와 상충(trade-off)을 '보이게' 만든다. 완화의 꽃과 적응의 꽃을 나란히 놓으면 적응이 완화보다 약하다는 사실이 한눈에 드러난다.
답사로 확인한 계획의 실물 — 야트카사리
담론과 워크숍에서 확인한 원칙은 헬싱키의 재생 현장에서 실물로 이어졌다. 옛 서항(West Harbour)의 야트카사리(Jätkäsaari)는 약 100ha의 컨테이너 항만이 주거·업무·수변공원·트램이 결합된 '해양형 도심'으로 바뀌는 20년 장기 프로젝트다. 전체 면적의 약 5분의 1을 공원·녹지로 조성하고, 트램을 사후 보완재가 아니라 처음부터 도시의 뼈대로 깔았다. 폐쇄적이던 해안선이 산책로·자전거와 이어진 열린 수변으로 전환된 모습은, '내부로 성장'과 '보행 중심 생활권'이라는 원칙의 완성형이었다.
야트카사리 희망의 공원(Hyväntoivonpuisto) — 1km 선형 녹지축 · 촬영 2026.7.2 16:59 · 야트카사리(서항), 헬싱키
총회가 서울·수도권에 남긴 것
닷새의 본회의와 워크숍, 답사를 하나로 꿰면, 총회는 서울·수도권 계획에 다음을 남겼다.
[표 2] WPSC 2026이 서울·수도권 계획에 남긴 시사점(출처: WPSC 2026 본회의·MW13 워크숍 종합, 2026)
영역
시사점
계획 디지털화
데이터·AI는 계획을 '지원'하되 '대체'하지 않도록, 효율과 함께 형평·숙의를 설계에 담을 것
생활권계획
효율과 형평은 양자택일이 아니라 함께 설계할 대상 — 축소지 통폐합·성장지 확충을 같은 원칙으로
광역계획
"내부로 성장" 원칙과 교차주제 영향평가 매트릭스를 수도권정비계획 평가체계에 이식
정의·수용성
분배+인정정의, 지자체별 평가·보상·공동생산을 입지갈등 관리 제도로
거버넌스
고정 관할을 넘어선 유연한 광역-기초 역할분담과 광역 조정력의 균형
총회 대주제 「Peripheral Visions: Rethinking Planning」이 던진 물음은 결국 하나로 모였다. 효율(기술·데이터)과 민주성(형평·숙의)을 분리하지 말라는 것이다. 데이터는 판단을 대체하지 않는다. 다만 판단의 근거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판단이 민주적이려면,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 계획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5년 뒤 제7회 총회에서 다시 물을 질문을, 헬싱키는 도시 공간으로 먼저 답하고 있었다.
본 글의 출처: WPSC 2026 폐막 본회의 스트리밍(vimeo.com/event/5991955), MW13 「녹색전환을 위한 광역계획」 워크숍 배경자료(Helsinki-Uusimaa Regional Council, 2026) 및 현장 참관·답사 기록.
제6회 세계도시계획대학총회(WPSC 2026)의 온라인 스트리밍(Vimeo)을 전사해 본회의(Plenary) 여덟 세션을 상세히 정리하는 연재의 첫 편이다. 첫 편은 2026년 6월 29일(월) 16시, 알토대학교 대강당(Aalto Sali)에서 열린 개막총회다. 개막 환영사로 시작해 박사과정 워크숍 보고와 특집호 소개를 거쳐, 첫 기조강연 「민주주의, 테크노크라시, 아니면 테크노-결정론」(Democracy, Technocracy or Technodeterminism)과 청중 라운드테이블까지 90분을 담았다.
개막 환영사는 대회 지역조직위원회(LOC) 부위원장이자 알토대 도시계획 교수인 호삼 헤위디(Hossam Hewidy)가 맡았다. 그는 WPSC가 처음으로 유럽 대학들에 의해 개최되는 뜻깊은 자리임을 강조했다. 알토대와 헬싱키대, 탐페레대 세 대학의 긴밀한 협력, 그리고 에스포와 헬싱키, 반타, 탐페레 네 도시의 지원이 이 총회를 가능케 했다고 밝혔다. 빠르게 변하는 세계에서 계획이 어떻게 민주적이고 포용적일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이번 총회를 관통한다는 점도 예고했다.
박사과정 워크숍 회고, 미래를 사유하는 젊은 연구자들
이어 탐페레대의 리나 룬드만(Rina Lundman)이 본대회에 앞서 탐페레에서 열린 박사과정 워크숍(6.26~29)을 회고했다. 핵심만 옮긴다.
- 20개국이 넘는 곳에서 온 박사과정생 57명이 참여했다. 워크숍 주제는 본대회와 같은 「주변부의 시선, 계획을 다시 묻다」(Peripheral Visions: Rethinking Planning)였다.
- 공간만이 아니라 시간 차원, 곧 미래(futures)가 핵심 주제였다. 미래를 위한 계획을 논하기에 학생과 박사과정생보다 나은 이들이 있겠느냐는 문제의식이었다.
- 한나 마틸라(Hanna Mattila)가 '주변부'를, 페터 라헤(Peter Rache, 라드바우드대)가 '비전'을, 철학자 헤르만(Herman)이 '계획에서 다시 사유하기'를 주제로 키노트를 맡았다. 알렉시 노이보넨(Aleksi Neuvonen)은 핀란드 포리 지역의 '수소 상상'(hydrogen imaginaries)을 사례로 강연했다.
- 사전 과제로 각 조가 온라인 '키친 테이블'(kitchen table) 시민 패널을 열어 자기 고향의 도시 민주주의를 다뤘고, 포스터로 발표했다. 탐페레 시내 답사도 병행해 신설 트램 노선과 재생 중인 아무리(Amuri) 노동자 주거지, 피스팔라(Pispala) 언덕 조망을 둘러봤다.
특집호 소개, 「스포트라이트 핀란드」(Spotlight Finland)
대회 코디네이터 에바 푸르카트호퍼(Eva Purkarthofer)는 이번 가을 유럽계획대학협회 학술지 트랜잭션스(Transactions of AESOP)에 나올 특집호 「스포트라이트 핀란드: 계획실무와 도시개발의 현대적 도전」(Spotlight Finland: Contemporary Challenges in Planning Practice and Urban Development)을 소개했다. 그의 발언은 핀란드라는 무대를 압축한다.
핀란드는 여러 면에서 주변부이지만, 세계 최고 행복국가이자 유럽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도시로 헤드라인을 장식해 왔다. 복지국가와 형평, 민주주의, 관용의 나라로 그려지지만 포퓰리즘과 신자유주의 정치, 시장 논리 또한 핀란드 정치와 계획에 강하게 존재한다.
푸르카트호퍼는 중심 지역과 주변부 사이의 부와 일자리, 인구 격차가 정치적 긴장과 거버넌스 과제를 낳는다는 점을 짚었다. 핀란드가 시민참여와 디지털기술, 도시실험에 혁신적이었으나 계획 분야는 과부하와 주변화에 시달린다는 점도 덧붙였다. 특집호는 전면 오픈액세스로 공개된다.
기조강연 「민주주의, 테크노크라시, 아니면 테크노-결정론」
첫 기조는 세 명의 핀란드 계획학자가 함께 섰다. 한나 마틸라(Hanna Mattila, 투르쿠대 도시연구프로그램 디렉터)는 계획이론과 민주주의, 정의, 계획법을 연구한다. 필비 눔미(Pilvi Nummi, 알토대 박사후연구원)는 계획 디지털화와 시민참여를 다룬다. 에벨리나 하르시아-미콜라(Eveliina Harsia-Mikkola, 포르보시 도시계획가이자 알토대 최근 박사)는 일상 계획실무와 민주적 문화를 연구한다. 세 사람을 잇는 공통점은 이론과 실무를 잇는다는 것이었다. 강연은 세계에서 가장 디지털화된 나라 중 하나인 핀란드의 계획 디지털 전환을 비판적으로 해부한다.
엔지니어의 나라, '테크노스트럭처'의 역사 (한나 마틸라)
[사진 2] 기조 슬라이드 「Finns believe in technology!」 — 전후 재건·1960년대 효율적 도시화와 '테크노스트럭처'(발표 Hanna Mattila) · WPSC 2026 개막총회 스트리밍 갈무리 (vimeo.com/event/5991823)
한나 마틸라는 핀란드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는 말, 그러나 여러분은 기술을 믿고 엔지니어링을 사랑하는 나라에 도착했다는 말로 강연을 열었다. 이 정체성은 위기의 순간마다 엔지니어가 전면에 섰던 역사에서 나온다.
- 2차 대전 후 핀란드는 소련에 배상금을 갚고 파괴된 인프라와 주택을 재건해야 했던 가난한 농업국이었다. 그 필요가 산업화와 도시화로 이어졌다.
- 도시화는 뒤늦었지만 1960년대부터 매우 효율적이었다. 요한나 한코넨(Hankonen, 1994)은 이를 엔지니어와 행정·금융 엘리트가 결합한 '테크노스트럭처'(technostructure)로 불렀다.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에게서 빌린 개념이다.
- 유명 건축가들의 역할은 부차적이었고, 도시화는 무엇보다 효율과 기능의 문제였다. 거버넌스는 조합주의(corporatist)적이어서 이익집단은 참여했으나 오늘날 의미의 시민참여는 없었다.
- 1990년대 불황은 소련 붕괴와 겹쳐 깊었지만, 핀란드는 노키아 중심의 지식경제와 디지털화로 빠르게 극복했다. 그 유산이 오늘의 높은 디지털 인프라와 IT 역량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는 성장이 정체됐고 특히 건설업이 깊은 침체다. 정부는 지금 진행 중인 계획법 개혁에서 디지털화를 핵심 해법으로 본다.
- 1990년대 말 계획법 개혁이 모든 공적 계획과정에 시민참여를 의무화했지만 형식 요건은 느슨했다. 핀란드는 선호와 필요 데이터를 모으는 시민참여형 GIS를 발전시켰으나, 이는 숙의를 지향한 소통적 계획 이론과는 결이 달랐다.
국가계획정보모델(PIM)과 RYHTI 시스템 (필비 눔미)
[사진 3] 기조 슬라이드 「Means for the digitalisation」 — 국가계획정보모델(PIM)·RYHTI 시스템(발표 Pilvi Nummi) · WPSC 2026 개막총회 스트리밍 갈무리 (vimeo.com/event/5991823)
필비 눔미는 현재의 디지털 전환이 중앙정부(환경부) 주도라는 점부터 짚었다. 과거엔 지자체가 도구와 형식을 자율적으로 정했으나, 지금은 법이 모든 계획을 상호운용 가능한 정보모델 형식으로 작성하도록 강제한다.
- 이 사업의 이름이 RYHTI(루흐티)다. '곧고 바른 자세'라는 핀란드어로, 계획을 반듯하게 정돈한다는 함의를 담았다. 2020년 시작했고, 환경부 비전은 2030년까지 세계 최고 지식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생활환경을 만든다는 것이다.
- 수단의 핵심은 상호운용성이다. 유럽상호운용성프레임워크를 받아들여 도시계획에서는 국가계획정보모델(PIM)로 구현됐다. 모든 지자체와 광역이 PIM을 따라야 하며, PIM은 의미적 상호운용성을 보장한다. 행위자나 시스템 사이를 이동해도 정보의 의미가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표준형식과 기계상호운용성도 함께 다룬다.
- RYHTI 시스템은 건축환경 데이터의 국가정보체계로, 법상 모든 신규 토지이용계획을 RYHTI에 공개해야 한다. 전환기는 2028년 말까지이며(슬라이드 표기는 2029년), 정부는 지자체에 도구 적응 자금을 지원하고 전국 공동개발로 사용성을 시험 중이다. AI를 통한 자동화와 효율 의도도 읽힌다.
- 결정적 변화는 계획 규정이 기계판독 가능한 구조여야 하고 값은 우선 사전 정의된 코드리스트에서 골라야 한다는 점이다. 자유서술도 가능하나 가급적 코드로 변환해야 한다.
즉 계획가는 이제 정보모델을 통해 계획의 내용을 새롭게 사고해야 하고, 어쩌면 계획을 모델에 맞춰야 한다.
그런데 정보모델은 미래에 무엇이 필요한지 계획 관점에서 재사유하지 않고 현행 관행을 그대로 옮겨 설계됐다. 게다가 핀란드에는 최소 8종 계획도구와 4종 지자체시스템이 수십 년간 축적돼 있어, 전환은 관성과 경로의존, 비용 증가를 낳는다. RYHTI에 맞춰 도구가 변형되기도 해, 눔미는 이를 디지털 산물이 과정을 강하게 견인하는 결정론적 발전으로 진단했다.
세 개념, 그리고 13인 인터뷰 (한나 마틸라)
한나 마틸라는 분석틀의 개념을 정리했다. 민주주의는 인민이나 선출대표의 권력이고, 흔히 기술전문가의 권력인 테크노크라시와 대비된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전문가에게 상당한 위임은 불가피하므로 테크노크라시 자체가 경보음은 아니다. 관건은 존 포레스터(John Forester)의 말처럼 전문지식으로 풀 문제와 공적 가치선택이 필요한 문제를 구별하는 것이다. 여기에 테크노-결정론이 더해진다. 극단적으로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적 인공물이 발전 방향을 좌우하는 상태를 말한다.
분석은 13인 전문가 인터뷰에 기댔다. 민주주의와 참여, RYHTI 개발을 초점으로, 참여자들이 민주주의와 참여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누가 전환을 주도하는지, 전환이 도구의 문제인지 아니면 계획의 목표를 바꾸는지를 물었다.
발견, 두 개의 기술관료 세계 (에벨리나 하르시아-미콜라)
[사진 4] 기조 슬라이드 「두 개의 기술관료 세계」 — 계획가와 IT전문가의 공통 언어 부재(발표 Eveliina Harsia-Mikkola) · WPSC 2026 개막총회 스트리밍 갈무리 (vimeo.com/event/5991823)
핵심 발견은 만나지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두 개의 기술관료 세계였다.
- RYHTI가 단순 도구인지 개혁인지 견해가 갈렸다. 표준화된 규정과 분류가 계획을 경직시킬지, 특히 광역과 종합계획의 창의성을 해칠지, 아니면 새로운 창의성을 요구할 뿐인지도 갈렸다. 무엇보다 정보모델이 계획을 견인하기 시작하는가라는 근본 물음이 제기됐다.
- 계획가와 IT전문가는 워크숍에서 만나지만 공통 언어가 없다. 한 인터뷰이의 말이 이를 압축한다.
"컨설턴트는 내가 못하는 정보모델 언어로만 말한다." "우리는 데이터에 빠져 죽어가지만, 무엇이 있고 의사결정에 무엇이 필요한지 둘 다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
- 계획을 정치적이고 숙의적인 과정으로 이해하는 토대 없이 기술적 실현가능성만으로 시스템이 설계되며, 정치적 의사결정의 역할이 흐려지는 탈정치화가 우려됐다.
- 시민 접근성에는 역설이 있다. 정보모델 환경은 시민에게 소외적이다. 접근성을 높이려면 데이터가 개방돼야 하지만, 보안과 지정학은 데이터를 닫으라 압박한다. 안보와 민주적 가치 사이 경계에 대한 공적 논의는 거의 없다.
- 계획가는 스스로를 데이터의 문지기(gatekeeper)로 여기며 오용과 허위정보, 이른바 '대안적 진실'의 확산을 걱정한다. 의사결정자가 편리한 데이터만 골라 전체를 보는 계획가를 우회하는, 더 선별적이고 포퓰리즘적인 데이터 활용으로의 이동 가능성도 제기됐다.
- 계획가의 시간도 문제다. 한 인터뷰이는 충분히 교육받은 계획가가 근무시간의 90%를 어떤 디지털 시스템의 메타데이터 구성에 쓴다며,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상호작용과 숙의, 설계 같은 핵심 업무 시간이 줄어든다.
결론, 기술은 결코 중립이 아니다 (한나 마틸라)
발견을 종합하며 마틸라는 기술은 결코 중립이 아니며 가치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못 박았다. RYHTI는 일부 데이터를 개방해 투명성을 높이지만, 보안을 이유로, 또 개발이 민간에 넘어가 블랙박스가 되면서 오히려 투명성을 갉아먹는다. 과거의 결정이 오늘의 선택을 좁히는 경로의존도 뚜렷하다. 무엇보다 소통과 숙의 세대가 쌓은 계획 전문성이 위협받는다. 장소 기반의 판단과 문화적 맥락 속의 작업, 민주적 토론의 촉진 같은 전문성이 데이터 분석으로 대체되며 주변부(peripheral)로 밀려날 위험이 크다. 그래서 제언은 분명했다.
디지털화는 여전히 계획 민주화의 약속을 품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은 계획체계 개혁 전체와 손잡고 가야 한다. 전통적 토지이용계획(조닝)도 함께 개혁해야만 더 큰 효율과 더 큰 민주주의라는 약속이 지켜진다.
마틸라는 지난 3월 96세로 타계한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를 프랭크 피셔(Frank Fischer)의 저서 『테크노크라시와 전문성의 정치』(1990) 서두 인용으로 소환하며 강연을 닫았다.
AI의 도래 속에서, 사람이 여전히 발전을 조종할 수 있는가, 어떻게 가능한가를 다시 물어야 한다.
기조 뒤 열린 토론은 이번 개막총회의 백미였다. 좌장이 권력은 결국 기계에 있는가 인간에 있는가, 이를 교육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로 문을 열자 세계 각국 참가자의 날선 질문이 이어졌다.
- 교육 질문에 마틸라는 핀란드에서 계획과 계획교육은 주변적 이슈라며, 도시계획이 중심에 있는 덴마크와 대비했다. 눔미는 실무자 교육이 도구 사용에 치우쳐 있으나 대학생에게는 도구를 넘어 새로운 사고방식을 가르쳐야 한다고 답했다.
- 인도의 허니 쿠마르(Honey Kumar, 지리학 박사과정)는 사람이 늘 옳지는 않은데 테크노크라시와 민주주의의 건강한 혼합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마틸라는 사람이 전문지식과 무관하게 결정하면 늘 옳지는 않다고 답했다. 포퓰리즘의 시대일수록 전문가가 시민에게 정보를 주어야 하고, RYHTI 같은 시스템은 데이터를 시민에게 열어 주는 새로운 가능성이라고 했다. 다만 데이터에는 문화가 얹혀 있어 촉진(facilitation)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알토대 참가자는 결론이 전통 계획가에 대한 향수처럼 들린다며, 디지털화 탓만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계획가는 늘 증거와 데이터의 정당성에 기대 왔다는 지적이었다. 마틸라는 핀란드에선 이미 과부하된 소수 계획가 문제가 겹쳐 있다고 답했다. 두 전문성이 보편적으로 경쟁한다는 뜻이 아니라 두 세계가 대화하며 결합하는 것이 이상이며, 다만 인터뷰에서 부정적 측면이 뚜렷했다고 설명했다.
- 카슬러 공대 참가자는 디지털화와 민주주의는 모순이라며, 이미 강한 시스템을 지어 놓고 시민에게 놀이터만 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시민이 데이터과학을 알아야 하고, 무엇이 열려 있고 무엇이 닫혀 있는지 알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눔미는 무엇을 열고 닫을지에 대한 공적 논의 자체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답했다.
- 루츠 공대 참가자는 시민 놀이터를 오히려 기회로 보자고 제안했다. 새 도구와 AI는 NGO와 개발자 등 더 많은 주체의 참여, 협업 플랫폼, 시민 교육의 기회라는 것이다. 하르시아-미콜라는 기회는 인정하나 자원 문제가 크다고 답했다. 큰 도시의 활동가 그룹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다룰 역량이 있지만, 작은 도시의 시민은 조직도 자원도 없다고 했다.
- 과테말라 출신으로 네덜란드에서 공부하는 카를로스(Carlos)는 이것이 민주주의 대 테크노크라시가 아니라 두 테크노크라시의 충돌 아니냐고 물었다. 네덜란드의 물관리 기술관료와 공간계획의 관계를 예로 들었다. 세 사람은 동의하며, 디지털 IT 기술관료와 전통 계획 기술관료의 충돌이라고 답했다. 지자체에는 제3의 기술관료인 GIS 전문가까지 등장해 계획가가 정보모델 전환의 이점을 못 누리게 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 호주 참가자 카렌(Karen)은 핀란드 계획체계가 계획이라는 산출물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이 흥미롭다며, 계획이 확정된 뒤 실제 결정에 어떻게 영향을 주느냐고 물었다. 답변자들은 핀란드인이 법적 구속력 있는 계획을 믿지만 실제 실행은 경제 등 다른 요인에 좌우된다고 했다. 신자유주의화 속에서 계획도 점점 유연해지고 있으며, 핀란드에서 계획은 사실상 지도(plan map) 그 자체로 인식된다고 설명했다.
좌장은 명확한 대안을 준 것은 아니지만 담론을 흔들어 이야기하게 만든 것이 큰 기여라는 말로 세션을 닫았다.
서울에 남긴 물음
한국도 도시계획정보체계의 디지털 전환을 빠르게 밀어붙인다. 개막총회의 물음은 그대로 우리 것이다. 표준화와 기계판독, 코드리스트가 효율을 높이는 만큼, 계획을 정치적이고 숙의적인 과정으로 이해하는 토대가 시스템 설계에 담기는가.
데이터와 AI가 계획을 지원하되 견인하거나 대체하지 않으려면, 효율과 함께 형평과 숙의를 어떻게 설계에 심을 것인가. 두 개, 혹은 세 개의 기술관료 세계가 공통 언어를 찾는 일이 먼저다.
출처: WPSC 2026 개막총회(2026.6.29 16:00, Aalto Sali) 온라인 스트리밍 vimeo.com/event/5991823. 본문과 인용은 해당 스트리밍 전사(faster-whisper) 기반이며, 사진은 동 스트리밍 화면 갈무리다.
② 6.29 학생공모전스트리밍 출처: vimeo.com/event/5991898
WPSC 2026 본회의 상세기록 ② 국제학생공모전, '주변부'를 다시 그린 세계 계획대학생들
WPSC 2026 본회의 스트리밍 전사 연재 두 번째 편이다. 2026년 6월 29일(월) 저녁, 개막총회에 이어 열린 국제학생공모전(International Student Competition) 시상식과 수상작 전시 개막을 정리한다. 대회 대주제 「주변부의 시선, 계획을 다시 묻다」(Peripheral Visions: Rethinking Planning)를 학생들이 어떻게 해석했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난 자리였다.
[사진 1] 국제학생공모전 시상식 개막 — 심사위원장 Karin Krukfors(알토대) · WPSC 2026 국제학생공모전 스트리밍 갈무리 (vimeo.com/event/5991898)
공모전 개요, 50편이 넘는 '주변부'의 재해석
시상식은 심사위원장인 알토대 도시설계 부교수 카린 크룩포르스(Karin Krukfors)가 이끌었다. 공모전은 전 세계 계획대학 학생들에게 대회 주제에 대한 참신한 스튜디오 프로젝트를 요청했고, 50편 이상이 접수됐다. 전 출품작은 대회 홈페이지 갤러리에 공개됐다. 심사위원은 폴 버튼(Paul Burton, Griffith대 명예교수)과 사라 캄포네즈(Sara Camponez, 탐페레대 박사과정), 함프리 칼란야(Hampri Kalanya, 알토대 박사과정)로 구성됐다.
크룩포르스는 출품작의 큰 흐름을 이렇게 정리했다.
- 계획의 발전, 장소의 치유와 회복(repair and healing), 폴리크라이시스 완화, 적응적 과정을 통한 장기 회복력이 큰 주제였다.
- 조경(landscape architecture)이 계획을 주도하는 역할, 특히 해안지역에서의 역할을 강조한 작업이 많았다.
- 통제되지 않는 도시확산(sprawl)을 피하려 자연과 생태, 생물다양성에 연결한 작업, 축소도시와 임시정착지처럼 주변부의 새로운 의미를 탐색한 작업, 농촌과 도시의 경계를 능동적으로 조직한 작업이 두드러졌다.
- 스마트시티와 디지털은 단독 주제가 아니라 늘 다른 주제와 통합돼 다뤄졌다.
가작(Honorary Mention) 세 편
「바이오라」(Vaiora), 물과 함께 사는 동네 (이판 첸, Yifan Chen, 오클랜드대)
[사진 2] 가작 「Vaiora」 — 물과 함께 사는 근린(오클랜드대 Yifan Chen) · WPSC 2026 국제학생공모전 스트리밍 갈무리 (vimeo.com/event/5991898)
2023년 오클랜드 홍수로 침수위험이 드러난 바이오라 계곡을 다룬다. 바이오라는 마오리어로 많은 물(many waters)이자 살아있는 물을 뜻한다. 도시화가 물을 산업과 불투수면으로 대체하며 습지를 파편화한 곳에, 물을 도시생활의 구조이자 시스템으로 삼는 콤팩트하고 자족적인 근린을 제안했다. 마오리(Manawhenua)의 물은 곧 생명력이라는 가치가 상호성과 회복력, 장기적 관리(stewardship)의 방향을 잡았다. 심사평은 가치 기반의 총체적 접근과 미래세대를 위한 기후회복력 예견이 돋보인다고 했다. 다만 부담가능주택이 분리 배치돼 낙인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해안선 너머」(Beyond the Coastline / Oltre la Linea di Costa) (로사 비앙코 외, Rosa Bianco, 로마 라 사피엔차대)
이탈리아 마리나 디 라티나의 재생 전략이다. 해수면 상승과 해안침식, 홍수 위험에 맞서 기존 시가지 일부의 이전(retreat)을 시작점으로 삼는다. 운하를 새로운 녹지 척추로 삼아 선형공원과 생태회랑, 블루그린 인프라를 엮는다. 심사평은 기후위기가 가속하는 해안침식을 정면으로 다루고 계획을 학습과 실험의 실험실로 본 점을 높이 샀다. 다만 분석의 정교함에 비해 실행을 위한 제도와 거버넌스 해법이 덜 구체적이라고 봤다.
「학교 주변의 조경과 보행성」(Landscape and Walkability), 어린이의 시선 (나탈리아 T. L. 다 코스타, Natalia T. L. da Costa, 상파울루대)
브라질 상파울루 온장게라 지구, 파울루 프라두 공립학교 주변의 어린이 보행과 이동을 다룬다. 어린이와 양육자, 기술분석의 관점을 통합하고 젠더 민감 보행성 지수를 써서 공동창작(co-created) 개선안을 냈다. 심사평은 계획에서 흔히 누락되는 어린이의 목소리라는 중요한 공백을 설득력 있게 메웠다며 방법론을 높이 샀다.
3등작, 「임시 속의 삶」(Living in Transit), 임시가 영구가 될 때 (트리슈나 데카 보루아, Trishna Deka Borua, 토리노공대)
인도 델리의 아난드 파르밧 이주캠프를 다룬다. 원래 카트푸틀리 콜로니에서 밀려난 주민의 임시 이주지로 설계됐으나, 시간이 지나며 장기적이고 불확실한 도시 상태로 정착했다. 프로젝트는 비공식성을 계획의 실패가 아니라, 지연과 선별적 공급, 통제된 접근을 통해 이미 생산된 통치양식으로 읽는다. 가장자리와 회랑, 비공식 척추 공간에서 협상과 사회생활이 드러나는 지점에 주목했다.
수상자 트리슈나 데카 보루아가 무대에 올라 프로젝트의 목적을 밝혔다.
임시가 영구가 되는 조건을 더 읽히게(legible) 만들어, 그것이 도시 속으로 조용히 녹아 사라지지 않고 주민의 저항의 행위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심사평은 전 세계 분쟁으로 임시거처가 늘어나는 지금 매우 중요한 주제라고 했다. 혁신이 기존 공동체에 의해 비교적 쉽게 실행돼 주민의 퇴거 저항을 북돋울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튀르키예 트라키아 지역 도시 크르클라렐리(인구 약 38만)를 다룬다. 도시 주변부를 외연 확장의 대상이 아니라 생산적이고 생태적인 경계로 재정의하고, 그 경계를 내부 성장을 유도하고 확산을 막는 통제장치로 삼는다. 두 하천 회랑을 녹지 인프라로, 남부 농업벨트를 경작과 교육, 공동체의 능동적 경관으로 도시조직에 통합한다.
수상자 이펙은 빌켄트대 조경·도시설계를 졸업했다. 발표에서 크르클라렐리가 지진위험이 큰 이스탄불과 가까워 미래에 인구를 받아들이는 지역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가 급성장하면 비옥한 농지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가 핵심 질문이었다고 밝혔다.
주변부는 건설을 기다리는 잉여공간이 아니라, 도시를 안내하고 생산을 지키는 살아있는 경계다.
심사평은 중간 규모 도시가 외연 확장이 아닌 기존 도시공간 재편으로 성장압력을 관리하는 매력적 비전이라고 했다. 다만 역사적 전원도시(garden city) 원리를 반향하는 면이 있고, 장기 적응성과 정치경제적 힘에 대한 직접적 대응이 다음 과제라고 봤다.
1등작, 「보전에서 후퇴로」(From Retention to Retreat), 관리된 후퇴 (테드 킴, Ted Kim, 오클랜드대)
뉴질랜드 오클랜드 세인트헬리어스와 아킬레스 포인트의 고가 해안주거를 다룬다. 해수면 상승과 침식이 정밀 모델링됐음에도, 계획틀이 장기적 공간 전환보다 자산 보호(asset protection)를 우선해 주거를 그대로 붙들고 있는 구조적 긴장을 정면으로 짚는다. 프로젝트는 거버넌스 임계값과 재해 오버레이, 시장 퇴출 기제, 인프라 철수의 조율로 이끄는 단계적 전환을 제안한다. 보전에서 관리된 후퇴(managed retreat)로 옮겨 가는 것이다. 후퇴를 포기가 아니라 정주패턴과 이동체계, 생태관계의 의도적 재구성으로 재정의하고, 주거를 내륙으로 옮겨 옛 해안선을 연속 생태완충대로 복원한다.
심사평은 비전이면서 동시에 상당히 실현가능하다고 했다. 정치와 거버넌스를 포함한 문제를 명확히 식별하고 그럴듯한 개입을 일관되게 제시했으며, 마스터플랜에서 긴 과정으로 시점을 옮긴 점이 특히 좋다고 평가했다. 포스터에 적힌 프로젝트의 한 문장이 이번 공모전의 문제의식을 요약한다.
주변부는 공간의 가장자리를 뜻하지 않는다. 자산 보호와 안정성을 중심에 둔 계획틀 안에서 주변화되는 가치와 관계를 뜻한다.
전시로 이어진 미래의 계획가들
[사진 6] 전체 수상작 패널 — 대강당 밖 회랑 전시 · WPSC 2026 국제학생공모전 스트리밍 갈무리 (vimeo.com/event/5991898)
크룩포르스는 수많은 뛰어난 출품작 앞에서 심사는 어려웠지만, 이 학생들이 어떤 형태로든 현장에 나설 때를 생각하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게 된다고 했다. 수상작 패널은 대강당 밖 회랑에 전시됐고, 참가자들은 이어 데이폴리(Dipoli)에서 열린 환영 리셉션으로 향했다.
서울에 남긴 메모
세 개의 상위 수상작이 각각 해수면에 대응한 관리된 후퇴, 확산을 막는 도시-농촌 경계의 통제장치, 비공식 거처의 임시의 영구화를 다뤘다는 점이 상징적이다. 세 주제 모두 성장과 확장이 아니라 무엇을 지키고 어디서 물러설 것인가를 계획의 언어로 답한다. 기후와 인구, 불평등이 겹치는 서울과 수도권에도 그대로 옮겨 읽을 수 있는 질문이다. 해안과 저지대의 관리된 후퇴, 개발제한구역과 농지의 경계 전략, 쪽방과 비정형 거처의 영구화 관리라는 물음을 젊은 세대가 먼저 던지고 있었다.
출처: WPSC 2026 국제학생공모전 시상식(2026.6.29 저녁, Aalto Sali) 온라인 스트리밍 vimeo.com/event/5991898. 본문과 인용은 해당 스트리밍 전사(faster-whisper) 기반이며, 사진은 동 스트리밍 화면 갈무리로 수상작 패널을 포함한다.
WPSC 2026 본회의 스트리밍 전사 연재 세 번째 편이다. 2026년 6월 30일(화) 오전, 알토대 대강당에서 열린 둘째날 개막총회를 정리한다. 이날 오전은 대회를 여는 공식 환영사와 주최기구 GPEAN의 창립 25주년 개회사, 대회 주제에 대한 조직위원장의 해설, 그리고 UN-Habitat 사무총장의 영상 메시지와 실무 발표로 채워졌다. 오전의 기조강연(리비 포터)은 모닝티 이후 이어졌으며, 그 내용은 다음 편에서 다룬다.
사회는 대회 지역조직위원회(LOC) 위원장인 라이네 만튀살로(Raine Mäntysalo)가 맡았다. 이어 알토대 총장 일카 니에멜라(Ilkka Niemelä)가 환영사를 했다. 그는 알토대가 2010년 헬싱키공대와 헬싱키경제대, 헬싱키미술디자인대의 통합으로 탄생한 대학임을 소개했다.
- 오타니에미(Otaniemi) 캠퍼스는 과학기술과 경영, 예술·디자인이 한자리에 모인 유럽에서 손꼽히는 혁신 허브다. 주변에 약 1,500개 첨단기업이 있고, 120개 이상 국적의 구성원이 있으며, 매년 100여 개의 스타트업이 생겨난다.
- 캠퍼스는 자연과 도시가 섞인 곳이기도 하다. 1km 거리에 헬싱키 권역 최고의 조류 습지인 라일라흐티(Laajalahti) 자연보호구역이 있고, 자체 메트로역으로 헬싱키 도심까지 10분 남짓이면 닿는다.
니에멜라는 대주제를 이렇게 짚었다.
생물다양성과 모든 종의 포용성을 위한 새로운 계획 의제가 필요하다. 지정학적 변화, 국제 이주, 핵심광물 부족, 북극 같은 마지막 변경지대의 활동 증가 같은 어려운 사회·정치적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GPEAN 창립 25주년 개회사 (아이신 데데코르쿠트하우즈)
[사진 2] GPEAN 창립 25주년 개회사 — 협의회 의장 아이신 데데코르쿠트하우즈(Aysin Dedekorkut-Howes) · WPSC 2026 둘째날 개막총회 스트리밍 갈무리 (vimeo.com/event/5991907)
주최기구인 세계계획교육협회네트워크(GPEAN) 협의회 의장 아이신 데데코르쿠트하우즈(Aysin Dedekorkut-Howes)가 공식 개회사를 했다. 올해가 WPSC 창립 25주년, 곧 은희년(silver jubilee)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 WPSC는 매년 열리는 행사가 아니라 5년마다 열리는 총회다. 개최이력은 상하이(2001)에서 시작해 멕시코시티(2006), 퍼스(2011), 리우데자네이루(2016), 발리(2022)로 이어졌고, 2026년 헬싱키가 여섯 번째이자 처음으로 유럽에서 열리는 총회다.
- GPEAN은 세계 각지 지역별 계획대학협회를 연결해 계획교육의 수월성을 높이고 지리·문화·제도의 경계를 넘는 협력을 촉진하려는 네트워크다. 대표 사업으로 기후변화를 다룬 최신판을 앞둔 단행본 시리즈 「도시·지역계획의 대화」(Dialogues in Urban and Regional Planning), 핵심 계획역량(core planning competencies) 작업, 새로 시작한 전 세계 계획대학 인벤토리·설문이 있다.
- 이날 각 회원단체 대표들이 소개됐다. 아프리카(AAPS)·미국(ACSP)·유럽(AESOP)·중남미(ALEUP)·브라질(ANPUR)·인도네시아(ASPI)의 대표, 그리고 세계계획가네트워크(GPN) 소속 전문가단체 대표들이 함께했다.
데데코르쿠트하우즈는 대주제 「주변부의 시선」(Peripheral Visions)이 던지는 근본 물음을 이렇게 정리했다.
누구의 지식과 경험, 관점이 계획 이론과 실무를 형성하는가. 너무 자주, 계획의 지배적 서사는 특정 지역과 기관, 인식론을 중심에 두고 지리적·사회적·지적으로 주변에 놓인 목소리를 간과해 왔다.
그는 주변부가 단지 불리한 공간이 아니라 혁신과 회복력, 가능성의 현장이며, 특히 필요에서 혁신이 태어나는 글로벌 사우스의 관점과 강하게 공명한다고 했다. 핀란드에서 이 주제를 다루는 것 자체가 상징적이라고도 했다. 세계적으로 보면 핀란드도 주변부일 수 있으나, 지속가능성과 포용적 거버넌스, 혁신적 계획실무에서 세계가 인정하는 리더십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조직위원장의 주제 해설, '주변부의 전환적 아이디어들'
만튀살로는 대회 주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하며, 계획 분야에서 아직은 주변에 있으나 점차 주류가 되어 가는 전환적 아이디어들을 꼽았다.
- 계획의 디지털화. 디지털 도구가 전통적 계획의 보조장비라는 통념과 달리, 실제로는 매우 전환적인 변화다. 여기에 AI가 더해지면 계획실무와 인프라, 이해관계자의 역할에 어떤 의미인지 예견하기 어렵다.
- 미래(futures). 과거 추세를 투영하는 예측(forecasting)을 넘어, 숨은 신호와 블랙스완을 상상하며 있을 법하지 않은 미래까지 대비하는 통찰(foresight)이 점점 중요해진다.
- 강한 지속가능성. 약 40년 전 브룬틀란 보고서의 지속가능발전은 오늘날 약한 지속가능성으로 여겨진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에 대비하려면 성장의 지구적 한계를 인식하는 더 강한 지속가능성이 필요하다.
- 탈성장과 수축.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농촌은 더 주변화되고 인구 양극화가 심해진다. 계획 문제의 상당수는 사실 축소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대도시화에 가려진 숨은 주제다. 지속적 경제성장이라는 성장주의로는 감당할 수 없으니 탈성장을 계획으로 다루는 새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 탈식민·후기식민 계획. 이른바 보편적이고 일반적이라던 계획 아이디어들이 실은 자유민주주의와 안정된 인프라, 법치라는 북반구 조건에 맞춰진 맥락적 산물이었다는 인식이다. 이 주제는 이날 오전 리비 포터의 기조가 다룬다.
만튀살로는 이번 대회가 15개 트랙과 30개 특별세션, 58개 라운드테이블, 1,200건이 넘는 발표로 구성됐다고 밝히며, 실제 내용을 만드는 것은 트랙·세션·라운드테이블 좌장들과 발표자들의 자발적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UN-Habitat 사무총장 메시지 (아나클라우디아 로스바흐)
[사진 3] UN-Habitat 사무총장 아나클라우디아 로스바흐(Anacláudia Rossbach)의 영상 메시지 · WPSC 2026 둘째날 개막총회 스트리밍 갈무리 (vimeo.com/event/5991907)
UN-Habitat 사무총장 아나클라우디아 로스바흐(Anacláudia Rossbach)는 현장에 오지 못했으나 영상 메시지를 보내왔다. 대회 주제가 던진 도발적 물음, 곧 계획은 주변부가 되어 가는가에 대해 그의 답은 분명했다.
계획은 주변부가 아니다. 지식은 주변부가 아니다. 교육은 결코 주변부가 아니다.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적절한 주거의 권리를 위해, 지식과 역량의 간극을 메울 여러분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로스바흐는 도시 과제의 규모부터 직시하자고 했다. 최근 발표된 「세계도시보고서 2026」(World Cities Report 2026)에 따르면 전 세계 최대 34억 명이 적절한 주거에 접근하지 못하고, 10억 명 이상이 환경보호와 점유안정, 기초서비스 없이 비공식 정착지와 슬럼에 산다. 2050년까지 도시인구는 약 20억 명이 더 늘어난다.
- 주거는 하나의 부문이 아니라 건강과 교육, 생계, 회복력, 사회통합이 세워지는 토대다. 그러나 너무 많은 곳에서 계획체계가 주거 현실과 단절돼 있다. 약 1억 6,700만 채가 2040년까지 심각한 기후위험에 놓일 수 있고, 건물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37%를 차지한다.
계획은 어디에 어떻게 지을지를 결정한다. 계획은 취약성을 강제할 수도, 형평과 정의를 강화할 수도 있다.
- 계획이 주변부가 되는 것은 계획이 적실성을 잃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매일 겪는 현실과 사람 중심의 통합적 실무에서 단절될 때다. 데이터와 디지털 트윈, 지리공간 사고, AI는 큰 가능성을 주지만 어디까지나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다.
문제는 AI가 계획가를 대체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계획가가 인권과 투명성, 책무성, 민주적 거버넌스를 지키면서 어떻게 AI를 활용할 것인가다. 인간의 판단이 중요하고, 지역의 지식이 중요하며, 무엇보다 계획은 사람들과 함께 사람들을 위해 이뤄져야 한다.
로스바흐는 2026년부터 2036년까지의 10년이 공간정의와 기후회복력, 모두를 위한 적절한 주거에 다가갈지를 가른다며, 이 시대를 지속가능한 도시화를 위한 행동의 10년으로 만들자고 맺었다.
- RMIT의 줄리 로슨(Julie Lawson)은 UN-Habitat·UNECE·하우징유럽이 56개국 80여 학자와 함께 만든 「하우징 2030」(Housing 2030)을 소개하며, 정부와 계획가가 시장에 반응만 할 게 아니라 시장을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 다양한 주거체계를 진짜로 이해하는 지식교류를 어떻게 옮길 것이냐는 물음에, 비뇰라는 하나의 정답은 없으며 매우 맥락적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사례를 모으는 주거실무 데이터베이스와 규모 있는 지식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 25년 전 상하이 1회 총회의 사무총장이었다는 한 참가자는 지난 25년간 세계도시계획교육네트워크(WUPEN)가 5,000개가 넘는 강의를 모았고, 학생이 집중하기 좋은 10분 강의로 2만 8천여 명이 등록했다며 우프 아카데미에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 한 참가자는 전날 기조의 민주주의 대 테크노크라시를 빌려, 주거 문제를 전문지식의 문제로만 다루면 그 뒤의 진짜 문제인 민주주의의 부재를 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뇰라는 그래서 정부간 과정인 개방형 실무그룹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UN-Habitat 서사의 근간은 포용이며, 포용적이고 민주적인 과정이 없으면 아무리 기술지식을 쌓아도 결과가 뻔하다고 했다.
- 레딩대 박사과정 아파르나 다스(Aparna Das)는 역량은 이미 있는데 그것을 흡수할 자리가 없는 고리(loop)가 문제라고 했다. 인도의 많은 사람이 훈련받고 계획가 자격을 얻지만, 돌아가 일하는 부동산 부문은 배운 것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비뇰라는 매우 흥미로운 관점이라며, 역량 강화는 지식 습득을 넘어 현장에서 실천하고 배우는 것까지 포함한다고 답했다.
서울에 남긴 메모
이날 오전은 UN-Habitat와 세계 계획학계가 같은 물음 앞에 서 있음을 보여 줬다. 주거를 계획의 중심에 되돌리고, 영토와 경제, 생태를 다시 잇고, 기술을 끌어안되 형평을 지키라는 것이다. 로스바흐의 「세계도시보고서 2026」이 던진 34억 명의 주거 부족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과 수도권도 주거를 교통·일자리·서비스와 분리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계획하는 일, 데이터와 AI를 수단으로 삼되 사람 중심의 민주적 과정을 지키는 일이라는 과제를 공유한다.
출처: WPSC 2026 둘째날 개막총회(2026.6.30 09:00, Aalto Sali) 온라인 스트리밍 vimeo.com/event/5991907. 본문과 인용은 해당 스트리밍 전사(faster-whisper) 기반이며, 사진은 동 스트리밍 화면 갈무리다.
④ 6.30 포터 기조스트리밍 출처: vimeo.com/event/5991917
WPSC 2026 본회의 상세기록 ④ 리비 포터 기조 「독성 도시주의와 계획의 이중성」, 계획을 다시 묻다
WPSC 2026 본회의 스트리밍 전사 연재 네 번째 편이다. 2026년 6월 30일(화) 오전, 둘째날 개막에 이어 열린 첫 정식 기조강연을 정리한다. 연사는 호주 RMIT대 도시연구센터장 리비 포터(Libby Porter)이고, 강연 제목은 「독성 도시주의와 계획의 이중성」(Toxic Urbanism and the Duplicity of Planning)이다. 계획이라는 학문과 실무의 토대 자체를 정면으로 되묻는, 이번 총회에서 가장 도발적인 강연이었다.
사회를 맡은 대회 코디네이터 에바 푸르카트호퍼(Eva Purkarthofer)는 포터를 도시화가 만들어 내는 박탈(dispossession)과 강제이주(displacement), 그리고 그에 맞선 실천을 연구해 온 학자로 소개했다. 포터의 물음은 이렇다. 도시화는 어떻게 박탈과 강제이주를 만들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포터는 대회 주제인 '주변부'(periphery)라는 말부터 되물었다.
주변부는 당신이 어디에 서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무엇이 중심이고 무엇이 여백인지, 누가 그것을 정하는가.
어느 지도가 말해 주지 않는 것
[사진 2] 부누롱(Bunurong) 원주민의 땅 지도 — 중심과 주변에 관한 물음 · WPSC 2026 리비 포터 기조 스트리밍 갈무리 (vimeo.com/event/5991917)
포터는 자신이 사는 호주 멜버른의 지도로 이야기를 열었다. 원주민 부누롱(Bunurong)의 관습적 권리를 회복하려는 활동가 댄과 나눈 대화가 출발점이었다. 부누롱의 땅(그들의 표현으로 대문자 Country)이 왜 이런 모양이냐는 포터의 질문에, 댄은 부누롱의 통치와 법이 만(灣)에 물이 차기 이전, 약 1,000년 전 그 만이 마른 땅이던 시절보다 앞선다고 답했다. 포터는 이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특정한 방식으로 훈련된 눈'으로 공간을 본다는 점을 인정했다.
모든 학문은 범주와 방향을 써서 사물이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를 조직한 뒤, 그 방향을 마치 역사가 없는 보편적 시선, '어디에서도 아닌 곳에서 본 시선'인 양 선포한다. 불편한 역사는 그렇게 지워진다.
포터는 자신이 '이른바 호주'라 부르는 곳에서 훔친 땅 위에 사는 정착민임을 밝히며, 핀란드 국가와 사미(Sámi) 원주민의 관계 역시 같은 식민성의 구조 위에 있다고 짚었다. 여행과 학회 참가조차 식민 체계에 깊이 얽혀 있다는 성찰도 덧붙였다.
포터의 핵심 논지는 계획이 인종체제(racial regime) 위에 세워졌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발밑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 곧 지도를 보라고 했다. 화면의 지도는 1853년 보조측량사 리처드 라리트(Richard Larratt)가 그린 멜버른 노스코트(Northcote)의 토지분할도다. 이 지도는 6만 년 넘게 우룬제리(Wurundjeri)족이 알고 사랑하며 다스려 온 땅을, 측량과 필지선으로 하나의 교외 주택지로 '창조'한다.
[사진 4] 배트먼 조약(1835) 그림 — 담요와 도끼로 '샀다'는 주장 · WPSC 2026 리비 포터 기조 스트리밍 갈무리 (vimeo.com/event/5991917)
포터는 이 지도가 가능해진 조건을 짚었다. 1835년 영국인 존 배트먼(John Batman)이 담요와 도끼 몇 개로 수만 에이커의 땅을 '샀다'고 주장한 이른바 배트먼 조약이 그것이다. 원주민 지도자들은 그것을 잠시 땅을 지나갈 안전통행 합의로 이해했다. 3년 안에 도심 격자가 그어졌고, 50년 안에 그곳에 살던 모든 사람이 살해·추방·포획으로 사라졌다.
하나의 생태·소유·추출 질서를 기존 사회생태 질서 위에 덧씌우고 미래로 지속시키는 일은 인종적 범주에 뿌리를 둔다. 누가 소유자가 되고, 누가 무소유가 되며, 누가 소유물이 될 수 있는가라는 범주다.
포터는 세드릭 로빈슨을 인용해 인종체제가 의도적으로 구성된 사회체계이며, 마치 자연스럽고 역사가 없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진다고 했다. 그리고 계획이라는 학문 안에서 인종·백인우월 체제는 '주변적'(peripheral) 연구 영역으로 취급되며, 바로 그렇게 취급되는 방식이 인종체제를 눈에 띄지 않게, 손쉽게 재생산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포터는 다시 노스코트의 한 필지로 돌아왔다. 1960년대 초 그 자리에 들어선 워커 스트리트(Walker Street) 공공주택단지는 86세대의 성공적인 중층 단지였다. 그러나 50년 뒤, 정부는 유지보수를 방치해 건물을 노후시킨 뒤 '더는 목적에 맞지 않는다'며 이 단지와 도심 중층 단지 10곳을 재개발 대상으로 지정했다. 주민들은 퇴거에 맞섰으나 결국 밀려났고, 단지는 민간 컨소시엄이 고밀·고급으로 재개발했다.
이 단지는 재개발을 거치며 공공주택 100%에서 공공주택 0%가 됐다.
포터는 오늘날의 주거위기 담론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호주에서 사회주택 대기자는 6만 5천 세대가 넘고, 대부분은 끝내 배정받지 못한다. 그런데 위기의 진단이 날카로워질수록, 업계는 '위기를 낭비하지 말자'며 이미 출발선에 서 있었다는 것이다.
모든 해법이 공급이라는 서사에 걸린다. 지어라, 지어라, 지어라. 그러려면 땅이 필요하다. 땅, 땅, 땅. 이는 부동산 투자 로비의 장단에 그대로 맞춘 익숙한 각본이다.
그는 이 공급 서사가 땅을 '자산 계급'으로 환원하고, 잉여·낭비·저활용·게으른 땅으로 분류하는 방식이 계급적이고 인종화돼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포장하는 두 가지 세탁을 지목했다.
- 돌봄 세탁(care washing): 대규모 강제 퇴거를 마치 주민의 웰빙과 공익을 위한 일인 양 꾸미는 태도다. 재정착 담당관이 문을 두드리며 시작하는 '이주 절차'는 겉으로 선택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압박과 조작이다. 한 소송에서 주택공사 대표는 1만 명을 내보내는 결정의 유일한 문서가 개인 수첩 반쪽의 메모였고, 인권헌장을 사무실 벽에 붙여 뒀다는 사실로 '인권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답했다.
- 원주민 세탁(indigenous washing): 원주민의 이익을 계획에 명시하되, 실제로는 그 체제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빅토리아주 원주민유산법은 '이전에 지반 교란이 없었던' 곳에서만 협의를 허용해, 이미 개발된 땅을 구조적으로 배제한다. 2025년 체결된 역사적 조약도 전문에서는 '땅'을 51번 언급하지만, 실제 이행 조항에서 '땅'은 지명 표기에 원주민어를 더 쓰겠다는 약속 한 번에 그친다.
포터는 이 이중성을 '계획의 이중성'으로 명명했다. 살아 있는 집을 강제이주로 백지화하면서 그것을 '재생'으로, 생태·문화 세계의 파괴를 '개발 확실성'으로 포장한다는 것이다. 영국 연구를 인용해, 계획가들이 자기 일이 공익을 위한 것이라 주장하면서 동시에 그렇지 않음을 알고 있다는 역설도 짚었다.
공익은 구조적인 이데올로기적 환상이다. 자유주의는 평등·공정·포용을 의도적으로 오인·왜곡하도록 조직돼 있으며, 그 일차 기능은 근본적 변화를 막으면서 도덕적 권위를 주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포터는 구조적 폐허 속에서도 아직 가능한 세계가 있다는 나탈리 오스본의 말을 빌렸다. 그는 처방을 앞세우기를 일부러 자제하면서, 인종체제를 재생산하는 대신 사랑에 뿌리를 둔 앎과 실천을 따르자고 했다. 탈식민 페미니즘, 퀴어 정치, 땅을 되찾는 운동(land-back), 그리고 퇴거·과잉단속·희소성 공포에 맞선 일상의 거절들이 그 예다.
진실 말하기, 곧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 층을 벗겨 내는 일은 점점 어려워진다. 그러나 거절(refusal)은 아직 가능한 세계를 재건하기 위한 필수 전제다.
그는 표준화나 규모 확대 대신 자리 잡음(emplacement)과 주의 깊음, 존엄을 강조했다. 계획을 사람·장소·미래의 관계를 다루는 학문으로 본다면, 정의를 권력자가 말하는 것이나 국가가 베푸는 것이 아니라 연대와 상호성 속에서 살아 내는 관계적 실천으로 삼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자 책임이라고 맺었다.
질의응답
[사진 6] 기조 후 질의응답 장면 · WPSC 2026 리비 포터 기조 스트리밍 갈무리 (vimeo.com/event/5991917)
- 서스코틀랜드대의 조셉 자오(Joseph Jiao)는 참여·포용·공익 같은 자유주의 계획 개념이 불평등을 재생산한다면, 진짜 개혁과 '독성 도시주의에 진보적 언어만 입힌 것'을 어떻게 구별하느냐고 물었다. 포터는 처방 자체가 문제의 일부일 수 있다며, 사람들이 좋은 관계 안에 있지 않기에 균열이 생긴다고 답했다.
- 코넬대 학부생 어거스트(August)는 정책결정자와 계획교육자 사이의 단절을 어떻게 이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포터는 현장의 훌륭한 이들과 동맹을 맺고, 형식적 계획가만이 아니라 영향을 받는 사람들까지 실천 공동체로 끌어들여 '실제로 살아 있는 민주주의'의 근육을 쓰는 일이 핵심이라고 했다.
- 토론토대의 니디(Nidhi)는 권위주의적 맥락에서 진실을 말하다 쉽게 배제·취소되는 학생·초기연구자에게 어떤 조언을 하겠느냐고 물었다. 포터는 우리가 같은 자리에 서 있지 않음을 인정하며, 종신교수인 자신 같은 사람이 위계의 버튼을 눌러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있다고 했다. 서로의 등을 지켜 주는 강한 실천 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이다.
- 노르웨이과기대 박사과정 세미다(Semida)는 난민 주거와 '집이라는 느낌'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느냐고 물었다. 포터는 집을 벽 네 개와 지붕으로 환원하지 말고, 이웃과 서비스, 이동, 관계까지 포함하는 더 넓은 거주의 관계로 다시 정의하자고 답했다.
- 아이오와주립대의 롭 태프트(Rob Taft)는 성장이 아니라 쇠퇴·방기를 겪는 디트로이트 같은 도시에서도 이 이중성이 작동하느냐고 물었다. 포터는 무엇을 성장·혁신·주거·소속으로 셀 것인지, 누가 그것을 정하는지를 되물어야 한다고 답했다.
서울에 남긴 물음
포터의 강연은 편안한 답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 핵심이다. 공공주택 100%가 재개발을 거쳐 0%가 되는 과정, '더는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진단으로 시작되는 강제 이주, 공급 담론이 땅을 자산으로만 셈하는 방식은 서울의 정비사업과 공공주택 정책에도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계획이 쓰는 언어, 곧 재생·정비·공익·포용이 실제로 누구를 위해 작동하는지를 정직하게 되묻는 일이 필요하다.
출처: WPSC 2026 리비 포터 기조강연(2026.6.30 11:00, Aalto Sali) 온라인 스트리밍 vimeo.com/event/5991917. 본문과 인용은 해당 스트리밍 전사(faster-whisper) 기반이며, 사진은 동 스트리밍 화면 갈무리다.
⑤ 7.1 기조스트리밍 출처: vimeo.com/event/5991925
WPSC 2026 본회의 상세기록 ⑤ 헬싱키대 오전 기조, 중국 도시화의 통사와 계획의 신지정학
WPSC 2026 본회의 스트리밍 전사 연재 다섯 번째 편이다. 2026년 7월 1일(수) 오전, 헬싱키대학교 본관 대강당에서 열린 오전 기조 본회의를 정리한다. 이날 오전은 중국 도시화의 통사, 미래·전환을 다룬 패널토론, 계획의 신지정학이라는 세 개의 큰 시선으로 채워졌다. 이 편은 그중 09시 슬롯의 두 기조, 곧 류젠(Liu Jian) 교수의 중국 계획사와 바이으르바으(Mustafa Kemal Bayırbağ) 교수의 계획 신지정학을 다룬다.
한 가지 밝혀 둔다. 이 09시 세션은 총회 종료 후 온라인 스트리밍(Vimeo) 녹화가 제공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편은 전사 대신 현장 참관 기록과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을 근거로 정리했다. 같은 날 이어진 패널토론(노이보넨 좌장)은 스트리밍이 제공돼 여섯 번째 편에서 전사로 상세히 다뤘다.
[사진 1] 헬싱키대 본관 대강당 — 7.1 오전 기조 본회의 현장 · 촬영 2026.7.1 09:22 · 헬싱키대학교 본관 대강당 (현장 촬영, 2026.7.1)
① 중국 도시화와 계획의 진화 (류젠, 칭화대)
[사진 2] 류젠(Liu Jian, 칭화대) 기조 「고품질 발전의 합의를 조율하다: 중국의 계획」 · 촬영 2026.7.1 09:34 · 헬싱키대학교 본관 대강당 (현장 촬영, 2026.7.1)
칭화대 건축학원의 류젠(劉健) 교수는 기조 「고품질 발전의 합의를 조율하다: 중국의 계획」(Coordinating for Consensus on High-Quality Development: Planning in China)에서 3천 년에 걸친 중국 계획 전통부터 오늘날까지를 통사적으로 조망했다.
출발점은 전통기의 원리였다. 수도 베이징의 공간 구성이 산과 강의 자연지형, 그리고 예제(禮制)와 풍수 원리에 따라 권력을 상징하고 중심화했으며, 건축 규범이 사회적 위계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이어 19세기 중엽 개항과 조계지(상하이, 칭다오의 독일 조계 등)를 통한 근대 계획제도의 이식, 1950년대 사회주의 산업화기의 소련 원조 156개 중점 산업 프로젝트와 단위(單位) 중심 도시조직으로 이야기가 이어졌다.
개혁개방 이후의 초고속 도시화가 그다음이었다. 매년 1천만 명이 넘는 농촌에서 도시로의 이동을 흡수하며, 신구(新區)와 개발구가 들어섰다. 베이징 부도심 퉁저우 이전, 슝안신구, 상하이 '1성 9진'의 유럽풍 소도시가 예로 제시됐다. 징진지(京津冀)와 창장·주장 삼각주 같은 메가시티 도시군의 부상도 짚었다.
류젠은 2019년의 국토공간계획(國土空間規劃) 통합 개혁을 큰 전환으로 봤다. 생태문명과 생태보호레드라인('18억 무 경작지 레드라인', 산·물·숲·밭·호수·초지의 통합 보전), 매립지와 제철소를 공원으로 되살린 도시재생(탕산·선전), 주민참여형 커뮤니티 계획사 제도와 15분 생활권 표준, 나아가 고령화·기후변화 속에서 '성장에서 질적 발전으로'의 전환과 동북 수축도시 과제까지 이어졌다.
계획의 공공적 역할은 문제를 정의하고 풀어 가는 데 있다. 다만 중앙과 지방의 관계, 광역 조정, 사회적 분리는 여전한 과제다.
세 번째 기조 「계획의 새로운 지뇌(地腦): 글로벌라이제이션 2.0, 비상 진단과 전환적 계획」(The New Geocortex of Planning — Globalization 2.0, Emergency Diagnostics and Transformational Planning)은 이날 세션의 결을 가장 크게 흔들었다. 중동공과대(METU)의 무스타파 케말 바이으르바으(Mustafa Kemal Bayırbağ)는 강연을 스스로 함께 성찰하는 일종의 집단 치료라 부르며, 계획을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심리적·인지적 필요이자 본질적으로 공간적이고 정치적인 활동으로 재정의했다.
핵심 진단은 문제와 개입 대상이 더 이상 고정된 행정 관할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람과 정보, 서비스, 문제가 모두 움직이는 '움직이는 표적'(moving targets)이 되면서, 고정 관할에 기댄 기존 계획이 무력화된다는 지적이다.
국민국가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거버넌스 매트릭스로 재편된다. 몸은 그대로인데 영혼을 더 이상 그 몸 안에 담을 수 없는, 서로 연결된 초(超)두뇌와 같다.
바이으르바으는 이 매트릭스를 실제로 돌리는 것이 비공식 네트워크와 '네트워크 관리자'(network administrators)라고 봤다. 그 중심에 설수록 다른 정부가 그에게 의존하게 되어 강권정치(strongman)와 일인 지배가 부상한다는 것이다. 그는 다시 중앙집권화해야 하는지 자신도 모른다며 결론을 열어 둔 채, 두 가지 숙제를 남겼다.
네트워크는 스스로 민주화되지 않는다. 그것에 진입해 재편할 수 있을 만큼 잘 조직돼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공간과 시각화, 모빌리티의 개념 자체를 다시 짜야 한다.
두 기조가 가리킨 것
류젠의 통사는 계획이 특정 정치·경제 국면과 함께 진화한다는 것을 보여 줬고, 바이으르바으의 신지정학은 고정 관할을 넘어서는 유연한 거버넌스를 요구했다. 결이 달랐지만 두 기조 모두, 계획이 다루는 공간과 권력의 틀 자체가 지금 크게 바뀌고 있음을 가리켰다.
서울에 남긴 메모
류젠의 국토공간계획 통합 개혁은 부문별로 흩어진 계획을 하나의 공간 틀로 묶는 시도로, 우리 국토·도시계획체계의 통합 논의에 참고가 된다. 바이으르바으의 '움직이는 표적'과 거버넌스 매트릭스는 광역 이동과 데이터, 서비스가 행정경계를 넘나드는 수도권의 현실과 정확히 겹친다. 고정된 관할을 넘어 어떻게 유연하면서도 민주적인 광역 거버넌스를 짤 것인가가 서울에도 남은 과제다.
출처: WPSC 2026 헬싱키대 오전 기조(2026.7.1 09:00, 헬싱키대 본관). 해당 09시 세션은 온라인 스트리밍 녹화가 제공되지 않아, 본문은 현장 참관 기록에, 사진은 현장 촬영본에 근거한다. 같은 날 패널토론(스트리밍 제공분)은 여섯 번째 편 참조.
⑥ 7.1 기조스트리밍 출처: vimeo.com/event/5991927
WPSC 2026 본회의 상세기록 ⑥ 「계획의 미래를 다시 정의하다」, 노이보넨 패널토론
WPSC 2026 본회의 스트리밍 전사 연재 여섯 번째 편이다. 2026년 7월 1일(수) 오전, 헬싱키대학교 본관에서 열린 패널토론 「계획의 미래를 다시 정의하다: 디지털의 진전과 지속가능 전환」(Redefining the Future of Planning: Digital Advances and the Sustainability Transition)을 정리한다. 좌장은 핀란드 싱크탱크 데모스 헬싱키(Demos Helsinki)의 공동창립자이자 미래학자 알렉시 노이보넨(Aleksi Neuvonen)이 맡았고, 세 명의 패널이 함께했다. 계획이 다루는 '미래'라는 시간 자체를 정면으로 되묻는 자리였다.
이 편은 스트리밍이 정상 제공된 7월 1일 오전 후반부 본회의(패널토론)를 전사한 것이다. 같은 날 오전 전반부 기조(류젠 등)는 스트리밍이 제공되지 않아, 그 내용은 요약 연재 「세 개의 시선」 편에서 현장 기록으로 정리했다.
[사진 2] 네 개의 '상상'(imaginaries) — 지속가능성·디지털·트윈·전환 · WPSC 2026 노이보넨 패널 스트리밍 갈무리 (vimeo.com/event/5991927)
노이보넨은 지속가능성·디지털·트윈·전환이라는 네 개의 강력한 '상상'(imaginaries)에서 시작했다. 상상은 사람과 조직이 미래에 대해 갖는 기대를 빚고, 그 기대가 현재의 행동을 규정한다.
미래는 알 수 없다. 우리는 데이터를 모으고 더 정교한 모델을 만들지만, 결국 하는 일은 미래에 관한 유용한, 때로는 필요한 허구를 짓는 것이다. 그것을 지식인 양 가장할 뿐이다.
그는 계획이 '깊은 미래 저당(future mortgage)'을 진 실천이라고 했다. 계획의 산물인 구조물은 수십 년을 가고, 그 실현에도 수십 년이 걸린다. 그런데 전환의 상상들은 여러 긴장을 낳는다.
- 전환을 민주적으로 만들려다 새로운 테크노크라시를 강조하게 된다.
- 정의가 전환을 이끌어야 한다지만, 정의는 사실이 아니라 목표에 머물기 쉽다.
- 녹색성장을 약속하지만, 경제성장과 생태부하의 전 지구적 탈동조화 증거는 아직 없다.
- AI는 초생산성을 약속하는 동시에 기술적 디플레이션과 대규모 실직을 위협한다.
노이보넨은 제임스 브라이들(James Bridle)의 '뉴 다크 에이지'(New Dark Age)를 빌려, 기술의 층이 쌓일수록 미래는 오히려 예측 불가능해진다고 했다. 그리고 로런 벌랜트(Lauren Berlant)의 '잔인한 낙관'(cruel optimism)을 경계했다.
장기 전환은 늘 좋은 것을 약속하지만 미래는 계속 달아난다. 돌파구는 언제나 두 걸음 앞에 있고, 그래서 기다림은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지속되는 상태가 된다.
그럼에도 긍정적 비전은 필요하다고 했다. 사람들을 과거 경험의 제약에서 풀어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기대로 집합행동을 이끌지 못하면, '미래 없음'(futurelessness)의 함정에 빠져 물려받은 지배적 미래에 갇힌다는 것이다. 해법으로는 바람직한 미래군을 정의하고 그로부터 현재로 경로를 되짚는 백캐스팅(backcasting), 그리고 프로토피아·전위적 정치·니치 실험을 제시했다.
아그데르대 정치사회학자 아만다 마킨(Amanda Machin)은 자신을 계획가가 아니라며, 정치적 상상이 지배권을 두고 경쟁하는 복수의 상태로 존재한다고 했다. 대표적 예로 '넷제로(net zero)' 상상을 들었다.
넷제로 상상은 기후변화 대응에 생활양식·에너지문화·사회규범·제도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다고 암시한다. 배출은 탄소포집저장이나 원자력 같은 기술로 줄인다는 것이다. 미래가 인간 행동으로 열리고 식민화될 수 있다고 보는 근대적·프로메테우스적 상상이며, 기술이 미래에 저절로 매끄럽게 등장해 현재의 문제를 풀어 줄 것이라는 기술낙관이 깔려 있다.
마킨은 이 상상이 더 넓고 다양한 사회·제도 변화의 논의를 밀어낸다는 비판, 그리고 그에 대한 '반(反)넷제로 포퓰리즘'의 반발을 짚으며, 바로 그렇기에 다른 상상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세 패널의 결은 달랐지만 한 방향을 가리켰다. 미래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선택하는 상상과 가치가 이끈다는 것이다. 리산드렐로는 일상의 실연에서, 마리아노비치는 인간 경험의 보존에서, 마킨은 상상의 복수성과 민주적 경합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 노이보넨이 카뮈를 비틀어 던진 물음이 세션을 오래 붙들었다.
계획은 할 가치가 있는가. 그러나 계획은 본래 인간적인 것이다. 미래를 내다보고 세상을 사유하는 일이 인간의 본성이기에, 우리는 계획을 멈추지 못한다.
서울에 남긴 물음
서울도 2050 탄소중립, 15분 생활권, 디지털 트윈 같은 '미래의 상상'을 계획의 언어로 쓴다. 이 패널의 물음은 그 상상들이 누구의 것이며, 기술로 문제를 미루는 넷제로식 낙관에 갇혀 있지 않은지를 되묻는다. 데이터와 AI가 계획을 도울수록, 계획이 지켜야 할 '진정한 인간 경험'과 민주적 상상의 자리를 어떻게 남길 것인가가 과제로 남는다.
출처: WPSC 2026 패널토론 「계획의 미래를 다시 정의하다」(2026.7.1 오전, 헬싱키대 본관) 온라인 스트리밍 vimeo.com/event/5991927. 본문과 인용은 해당 스트리밍 전사(faster-whisper) 기반이며, 사진은 동 스트리밍 화면 갈무리다.
⑦ 7.2 Best Paper스트리밍 출처: vimeo.com/event/5991930
WPSC 2026 본회의 상세기록 ⑦ Best Paper 세션과 GPEAN 최우수논문 — 「대화」 단행본의 계보
WPSC 2026 본회의 스트리밍 전사 연재 일곱 번째 편이다. 2026년 7월 2일(목) 오전, 알토대 대강당에서 열린 Best Paper 본회의를 정리한다. 이 세션은 주최기구 GPEAN이 총회 최우수논문(Best Congress Paper)을 시상하고 발표하는 자리다.
한 가지 밝혀 둔다. 이 세션의 Vimeo 스트리밍은 임베드 전용(embed-only)으로 설정돼 있어, 다른 편과 달리 녹화 다운로드와 전사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이 편은 전사 대신, 총회 프로그램과 폐막총회에서 GPEAN이 직접 설명한 최우수논문 제도·「대화」 단행본의 계보를 근거로 정리했다.
[사진 1] Best Paper 본회의가 열린 알토대 대강당(Aalto Sali) — 자료사진 · WPSC 2026 본회의장 (자료사진)
Best Paper 세션이라는 자리
Best Paper 본회의는 총회의 여러 트랙에서 발표된 1,200여 편의 논문 가운데 뛰어난 성과를 가려 학계 전체 앞에서 조명하는 자리다. 폐막총회에서 GPEAN은 이 최우수논문 경쟁(Best Congress Paper competition)을 국제학생공모전과 나란히 놓고, 그 심사위원단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트랙 좌장과 세션 좌장, 기조연사, 국제학생공모전과 최우수논문 경쟁의 심사위원들, 그리고 박사과정 워크숍의 조직자와 멘토들에게 감사한다. 이들이 수월성을 알아보고 다음 세대를 지원했다.
계획대학 총회에서 '최우수논문'을 따로 시상하는 것은 단순한 상찬을 넘어선다. 5년에 한 번 전 세계 계획학계가 모이는 자리에서, 지금 이 분야가 무엇을 중요한 성취로 인정하는지를 공표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폐막총회에서 GPEAN은 이 최우수논문 전통이 대표 사업인 단행본 시리즈 「도시·지역계획의 대화」(Dialogues in Urban and Regional Planning)의 뿌리였음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 계보는 Best Paper 세션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 준다.
- 시리즈 초기, 처음 서너 권은 각 회원협회가 자기 방식으로 뽑은 최우수논문 한두 편을 편집위원회에 제출해 엮은, 말 그대로 최우수논문 모음집이었다. 모든 협회가 최소 한 편으로 대표되도록 한 구조였다.
- 제6권부터는 성격이 바뀌었다. 협회별 최우수논문 모음이 아니라,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더 조율된 노력으로 엮는 주제서(thematic book)가 됐다.
제6권 「도시에 대한 권리」(The Right to the City, 2017), 제7권 「전환적 계획」(Transformative Planning), 그리고 2027년 출간 예정인 제8권 「기후변화를 위한 계획의 대화」(Dialogues in Planning for Climate Change)로 이어진다.
GPEAN은 다음 제9권의 주제를 '계획교육의 과거와 미래'로 정하고 전 세계 비교자료를 모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각 총회의 최우수논문에서 출발한 흐름이, 오늘날 기후변화와 계획교육 자체를 성찰하는 지구적 공동 저술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서울에 남긴 메모
Best Paper 세션과 「대화」 단행본의 계보는, 계획학계가 개별 논문의 우수성을 지구적 공동자산으로 축적해 온 방식을 보여 준다. 서울과 한국 계획학계가 이 국제 무대에서 최우수논문과 주제서에 기여하는 일은, 우리의 데이터·방법론 연구를 국제 비교의 틀 위에 올리는 통로가 된다. 이번 총회에서 발표된 서울·부산 기반 연구들(생활권 접근성, N분 도시 등)이 다음 「대화」의 한 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남은 과제다.
출처: WPSC 2026 Best Paper 본회의(2026.7.2 09:00, Aalto Sali). 해당 세션 스트리밍은 임베드 전용으로 녹화 접근이 불가해, 본문은 총회 프로그램과 폐막총회 스트리밍(vimeo.com/event/5991955) 내 GPEAN 설명에 근거한다. 사진은 본회의장(알토대 대강당) 자료사진과 폐막총회 화면 갈무리다.
WPSC 2026 본회의 스트리밍 전사 연재의 마지막 편이다. 2026년 7월 3일(금) 오후, 닷새간의 총회를 마무리한 폐막총회를 정리한다. 이날 폐막은 주최기구 세계계획교육협회네트워크(GPEAN)의 창립 25주년 기념총회를 겸했다. 사회는 GPEAN 간사 파울루 실바(Paulo Silva)가 맡았고, 25년의 여정을 되짚는 영상과 각 회원단체 대표의 릴레이 발언, 그리고 앞으로의 25년을 향한 전망으로 채워졌다.
실바는 이번 총회가 한 주간의 행사를 넘어 GPEAN의 25년을 축하하는 자리라고 열었다.
GPEAN의 이야기는 결국 사람들의 이야기다. 고립 대신 협력과 대화를 택한 교육자와 학생, 연구자, 실무자들의 이야기다.
그는 GPEAN이 오늘날 전 세계 500개가 넘는 계획대학을 잇고 있으며, 그 힘은 숫자가 아니라 지식이 국경을 넘어 흐른다는 데 있다고 했다. 한 곳에서 발전한 아이디어가 다른 곳의 혁신을 자극하고, 학생과 교수, 학교가 국제적 협력자가 된다는 것이다. 지난 25년간 GPEAN은 총회 개최를 넘어 박사과정 연구자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 세계도시포럼(WUF) 같은 큰 무대에 기여했으며, UN-Habitat와 함께 세계 계획 의제를 강화해 왔다고 짚었다.
대학은 지식이 저장되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가 시험되고 도전받으며 행동으로 전환되는 곳이다.
상하이 2001, 그 시작의 기억
[사진 2] 통지대학 우 교수(Prof. Wu)의 영상 메시지 — 상하이 2001 창립의 기억 · WPSC 2026 폐막총회 스트리밍 갈무리 (vimeo.com/event/5991955)
폐막의 백미는 창립을 이끈 통지대학(同濟大學) 우 교수(Prof. Wu)의 영상 메시지였다. 그는 25년 전의 문제의식을 이렇게 회고했다.
2001년, 도시는 매우 빠르게 변하는데 계획교육은 정말로 단절돼 있었다. 지역별·국가별 협회와 학교가 저마다 홀로 일했고 지구적 논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세계 각지 지역협회의 도움으로 상하이 통지대학에서 첫 세계도시계획대학총회를 열었다.
2001년 7월 5일, 세계의 계획대학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한 지붕 아래 모여 「상하이 선언(Shanghai Statement)」을 채택했다. 협회들이 연대하고 소통하며 하나의 지구적 네트워크를 세우기로 합의한 순간이다. 우 교수는 인터넷 초창기에 총회와 협회의 첫 웹사이트를 만들고, 아프리카 동료들이 당시 열악한 설비 속에서 웹사이트를 세우도록 기술을 도왔던 일을 회고했다. 15년이 지나 그 웹사이트가 아프리카로, 또 라틴아메리카로 되돌아갔다고 했다.
상하이는 계획교육이 어디서나 같은 어려움에 직면하며, 우리가 함께일 때 더 강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시작했고, 계속 나아간다.
회원단체 릴레이 — 하나의 여정
[사진 3] 회원단체 대표 릴레이 발언 — 하나의 여정 · WPSC 2026 폐막총회 스트리밍 갈무리 (vimeo.com/event/5991955)
이어 각 회원협회 대표가 총회의 역사를 한 대목씩 이어받는 원탁 발언이 진행됐다. 프랑스어권협회(APERAU)의 장미셸 루(Jean-Michel Roux)가 문을 열었다. 그는 1984년 단 6개 학교로 출발한 APERAU가 계획교육을 정의하는 헌장을 세우려 했고, 그 경험이 도시계획을 하나의 독립 학문으로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고 했다. 1980년대 말 같은 목표로 유럽계획대학협회(AESOP) 설립에 힘을 보탰고, 이후 APERAU를 유럽을 넘어 캐나다·아프리카·중동을 아우르는 프랑스어권 국제 포럼으로 확장했으며, 그 위에 GPEAN이 도착해 완전한 국제 네트워크의 초석이 됐다고 밝혔다.
각 대륙 대표들은 상하이(2001)에서 멕시코시티(2006), 퍼스(2011), 리우데자네이루(2016), 발리(2022)를 거쳐 헬싱키에 이른 여정이 단순한 개최지의 나열이 아니라 성장하는 국제 공동체임을 강조했다. 실바는 상하이·멕시코시티·퍼스·리우·발리·헬싱키에 참석했던 이들에게 손을 들어 보게 하며, 각 총회가 그 시대의 도전을 비추는 동시에 함께 나아갈 관계를 다져 왔음을 확인했다.
앞으로의 25년
[사진 4] 앞으로의 25년 — 차기 총회·회원학회 일정 안내 · WPSC 2026 폐막총회 스트리밍 갈무리 (vimeo.com/event/5991955)
전망도 구체적이었다. 차기 총회는 공개 제안(call for proposals)으로 결정되며, 아직 총회를 열지 않은 협회 — 아프리카(AAPS)·북미(ACSP)·캐나다(ACUPP)·프랑스어권(APERAU) 등 — 이 후보로 거론됐다. 튀르키예협회(TUBOP)는 지난해 AESOP 총회를 치른 터라 다음을 기약했다.
다음 총회를 기다리는 사이 회원 학회 일정도 안내됐다.
- ACSP(북미) — 10월 미국 피츠버그
- 튀르키예협회 — 11월 세계도시계획의 날 연례총회
- APSA(아시아) — 11월 홍콩
- ALEUP(중남미) — 내년 7월 콜롬비아 메데인(아메리카니스트 국제총회 틀 안에서)
- AESOP(유럽) — 내년 7월 영국 버밍엄
또한 GPEAN의 대표 사업인 단행본 「도시·지역계획의 대화」(Dialogues in Urban and Regional Planning)의 다음 권(제8권)이 기후변화 대응을 다룬 '전환적 경로'를 주제로 나올 예정이며, 제9권은 '계획교육의 과거와 미래'로 정해져 전 세계 비교자료를 모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핵심 교육과정 역량(core competencies) 사업과 전 세계 계획대학 인벤토리·설문도 이어진다.
실바의 폐회사가 닷새를 닫았다.
25년을 기념하며 우리는 성취만이 아니라 그것을 지탱하고 빚어 온 공동체를 함께 축하한다. 협력과 배움, 그리고 세계 계획교육의 전진을 위한 또 다른 25년을 위하여.
서울에 남긴 메모
폐막총회는 대주제 「주변부의 시선」을 조직의 언어로 번역해 보여 주었다. 주변부의 지식과 맥락을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원리는 방법론에도, 거버넌스에도 적용된다. 서울의 관점에서 세 가지가 남았다. 첫째, 계획교육·실무의 국제 표준화 흐름(핵심역량·계획대학 인벤토리)은 서울의 도시계획 데이터·방법론이 국제 비교의 틀에 오르는 기회다. 둘째, UN-Habitat·GPEAN이 강조한 '교육과 실무의 연결'은 연구원과 대학, 현장을 잇는 우리 과제와 겹친다. 셋째, 25년을 지탱한 힘이 '국경을 넘는 신뢰의 네트워크'였다는 점은, 서울이 국제 계획 네트워크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남긴다.
이로써 여덟 편에 걸친 WPSC 2026 본회의 상세기록을 마친다. 개막의 디지털 전환에서 시작해 학생공모전, UN-Habitat의 주거 의제, 리비 포터의 탈식민 계획, 미래를 다시 정의하는 패널토론을 거쳐 25주년 폐막까지, 이번 총회는 계획이 여전히 정의롭고 살 만한 세계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학계 전체의 과제로 되돌려 놓았다.
출처: WPSC 2026 폐막총회(2026.7.3 오후, 헬싱키대 본관) 온라인 스트리밍 vimeo.com/event/5991955. 본문과 인용은 해당 스트리밍 전사(faster-whisper) 기반이며, 사진은 동 스트리밍 화면 갈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