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데진 서부 산비탈의 코무나 13(San Javier)은 한때 콜롬비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 구역 중 하나였다. 2002년 오리온 작전의 무대였고, 좌·우 무장세력이 마약과 무기의 통로를 두고 충돌하던 곳이다. 오늘 그 언덕에는 야외 전동 에스컬레이터가 놓였고, 벽은 형형색색 그래피티로 뒤덮였으며, 주말이면 수천 명의 관광객이 몰린다. 물리적 개입과 사회적 재생, 그리고 그 위에 얹힌 관광화의 명암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이어 도심으로 내려가 보테로 광장과 EPM 도서관·빛의 광장까지 둘러본 하루를 기록한다.
메데진은 안데스 아부라 계곡(Valle de Aburrá)을 따라 형성된 도시로, 계곡 바닥의 평지가 좁아 도시 확장은 필연적으로 산비탈을 타고 올라갔다. 서부 산 하비에르 언덕에 자리한 코무나 13은 그 대표적 예로, 23개 바리오(barrio)가 급경사면에 촘촘히 들어차 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파스텔톤 벽돌집과 함석지붕이 능선까지 층층이 쌓여 하나의 거대한 인간 지형을 이룬다.
이 언덕은 20세기 후반 내전과 농촌 폭력을 피해 몰려든 이주민(desplazados)이 만든 비공식 정착지에서 출발했다. 국가의 손이 늦게 닿았고, 그 공백은 오랫동안 다른 힘들이 채웠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마주친 급경사와 미로 같은 골목은 도시계획가에게 두 얼굴을 동시에 보여 준다. 하나는 접근성의 극단적 결핍이고, 다른 하나는 그 결핍을 뚫고 만들어진 밀도 높은 공동체의 활력이다.
코무나 13의 이름은 오랫동안 폭력과 함께 불렸다. 메데진 전체의 살인율은 1991년 인구 10만 명당 381명으로 정점을 찍었고, 이 구역의 살인율도 1997년 123에서 2002년 357로 치솟았다. 좌파 게릴라 계열 도시민병대(FARC-EP·ELN·CAP)와 우파 준군사조직 AUC(카시케 누티바라 블록)가 마약·무기 통로를 두고 충돌했고, 주민들은 그 사이에 갇혔다.
2002년 10월 16~17일,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의 '민주적 안보' 정책 아래 첫 대규모 군사작전인 오리온 작전(Operación Orión)이 벌어졌다. 약 1,000명의 군·경이 투입된, 콜롬비아 도시 지역 최대 규모의 군사작전으로 기록된다. 작전 이듬해 이 구역의 살인율은 357에서 72로 급락했다.
따라서 코무나 13을 '재생의 기적'이라는 하나의 매끈한 서사로만 소비하는 것은 위험하다. 언덕을 오르는 관광객의 발밑에는 여전히 규명되지 않은 죽음과 실종의 기억이 묻혀 있다. 이 이중성을 전제하지 않은 벤치마킹은 표피적일 수밖에 없다.
폭력의 역사 위에 놓인 가장 상징적인 물리적 개입이 야외 전동 에스컬레이터(Escaleras Eléctricas)다. 라스 인데펜덴시아스 1(Las Independencias 1) 바리오에 2011년 12월 개통했으며, 총연장 384m, 6개 구간으로 이어진다. 이전에는 약 350개(28층 상당)의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던 언덕을, 이제는 앉거나 서서 오른다. 30분 걸리던 등반이 5~6분으로 줄었고, 약 1만 2천 명이 직접 수혜를 입는 것으로 소개된다. '사회적 목적의 세계 최초 야외 에스컬레이터'라는 홍보 문구가 붙어 있다.
사업비는 자료에 따라 US$350만~670만 사이로 편차가 있어 단정하기 어렵다. 규모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이 개입이 놓인 맥락이다. 메데진은 케이블카(메트로케이블) J선(2008년 산 하비에르 개통)과 함께, 접근성이 곧 사회적 배제였던 언덕에 '이동권'을 공공재로 되돌려주는 방식을 택했다. 도시계획적으로 에스컬레이터는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라, 국가가 이 구역에 물리적으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선언에 가깝다.
에스컬레이터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른바 '메데진 모델(Medellín Model)' 혹은 '사회적 도시계획(urbanismo social)'이라는 더 큰 틀의 일부다. 이 접근의 핵심은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지역에 가장 좋은 공공 건축과 인프라를 우선 배치한다는 원칙이다. 도서관공원(parques biblioteca), 학교, 공원, 케이블카를 빈곤지역에 집중 투입해, 물리적 개선을 사회적 통합의 지렛대로 삼았다.
이 모델은 단순한 미화가 아니라, 폭력의 물리적·심리적 지리를 바꾸려는 시도로 이해된다. 케이블카가 '떠 있는 공공공간'을 만들어 갱단이 장악하던 골목을 우회하고, 언덕 위 도서관이 아이들에게 새로운 낮의 목적지를 제공하는 식이다. 다만 이 서사 역시 국제 도시상(賞)과 관광 마케팅을 통해 상당히 정제·포장되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현장의 개선은 실재하되, 그 성과의 지속성과 형평은 아직 검증 중인 진행형 실험이다.
물리적 개입이 위로부터의 재생이라면, 그 위를 덮은 색채는 아래로부터의 재생이다. 코무나 13의 벽은 거대한 벽화 갤러리다. 이 문화적 전환의 중심에 힙합이 있다. 힙합그룹 에스클로네스(Esk-lones)의 창립 멤버였던 엑토르 파체코(Héctor 'Kolacho' Pacheco)는 2009년 8월 24일 스무 살의 나이에 피살됐다. 남은 이들은 2013년 12월 카사 콜라초(Casa Kolacho)를 열어 힙합·기억·비폭력을 가르치는 문화 거점으로 삼았다.
카사 콜라초가 운영하는 그래피투어(Graffitour)는 벽화와 힙합을 매개로 이 구역의 역사와 예술을 관광 콘텐츠로 재구성했다. 랩과 브레이크댄스, 벽화 해설이 어우러진 투어는 '피가 흐른 거리를 색이 덮었다'는 이야기를 산 자의 언어로 되풀이한다. 이는 외부 자본이 이식한 재개발이 아니라, 폭력의 당사자였던 젊은 세대가 스스로의 문법으로 만든 재생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언덕을 오르며 가장 먼저 실감한 것은 인파였다. 좁은 계단과 골목은 관광객으로 가득 찼고, 기념품 노점과 카페, 아이스크림 가게가 빼곡했다. 자료마다 편차가 크지만 주말 하루 최대 6,000명, 주간 최대 2만 5,000명에 이른다는 추산이 있을 만큼, 코무나 13은 메데진에서 가장 많이 찾는 방문지 중 하나가 됐다.
그러나 성공은 새로운 질문을 낳는다. 첫째는 오버투어리즘이다. 주민의 삶터가 볼거리로 소비되는 '디즈니랜드화' 우려가 제기된다. 폭력의 기억마저 소비 상품으로 전시되는 상황에 대한 윤리적 물음도 뒤따른다. 둘째는 젠트리피케이션이다. 관광 수요는 임대료와 물가를 밀어 올리고, 정작 이 재생의 주인공이어야 할 원주민이 밀려나는 역설이 나타난다. 셋째는 수익의 형평이다. 늘어난 관광 수익이 외부 사업자에게 집중되고, 지역 공동체로 환류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여전히 이 언덕에는 갱과 마약 경제의 잔재가 남아 있고, 관광의 밝은 표면 아래에서 통제선은 미묘하게 작동한다. 주민 사회는 자율협약과 공동체 규약으로 관광의 부작용에 대응하려 하지만, 재생의 열매를 누가 어떻게 나눌 것인가는 아직 열린 문제다.
언덕을 내려와 도심 구시가로 향했다. 약 7,000㎡ 규모의 보테로 광장(Plaza Botero, 정식 명칭 '조각의 광장')은 메데진 출신 거장 페르난도 보테로(1932~2023)가 기증한 청동 조각 23점이 상설 전시된 곳으로, 세계 최대의 보테로 야외 조각 컬렉션이다. 조각 설치는 2002년경, 인접 미술관 리노베이션과 광장 정비는 2004년으로 병기된다. 부풀린 양감의 '보테리스모(Boterismo)'가 만든 풍만한 사람·동물상은 계곡 도시의 딱딱한 도심에 유머와 부피감을 불어넣는다.
광장을 감싸는 것은 옛 도청을 개조한 고딕풍 문화궁전(Palacio de la Cultura)과 안티오키아 박물관(Museo de Antioquia)이다. 박물관에는 보테로가 별도로 기증한 회화·조각 119점이 소장돼 있어, 광장과 실내가 하나의 거대한 보테로 컬렉션을 이룬다. 쇠락하던 구도심을 예술로 다시 사람의 광장으로 되돌린, 또 다른 결의 도시재생이다.
이어 시스네로스 광장(Plaza de Cisneros)의 EPM 도서관(Biblioteca EPM)을 찾았다. 2005년 6월 2일 개관한 이 도서관은 콜롬비아 건축가 펠리페 우리베 데 베도우트(Felipe Uribe de Bedout)가 설계했으며, 과학·산업·환경·기술에 특화된 무료 공공도서관이다. 도서관 앞 빛의 공원(Parque de las Luces)에는 최고 24m 높이의 조명탑 약 300개와 반사등 약 2,100개가 세워져, 야간이면 '빛의 숲'을 이룬다. 옛 창고·시장 부지였던 이곳을 공공공간으로 되살린 대표적 도심재생 사례다.
EPM 도서관의 이름은 우연이 아니다. EPM(Empresas Públicas de Medellín)은 1955년 설립된, 메데진시가 100% 지분을 보유한 공영 유틸리티 기업으로 전력·수도·가스·통신을 아우른다. 핵심은 이익 환류 구조다. 1997년 시 조례(Acuerdo 69/1997)에 따라 EPM은 잉여를 시로 이전하는데, 조례상 상한 30%에 추가분을 더해 실질적으로 잉여의 약 55%가 배분되고, 이것이 시 예산의 약 20%를 충당하는 것으로 병기된다. 도서관·교육·공원 같은 공공사업의 재정 토대가 바로 여기서 나온다. 코무나 13의 에스컬레이터부터 이 도서관까지, 메데진 재생의 밑돈이 어디서 흘러나오는지를 보여 주는 단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