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NOBO 협력 회의와 시우다드 볼리바르 TransMiCable 재생 회랑, 그리고 주거국 방문 기록
2024.7.12(금) 보고타 · 콜롬비아 출장 연재 ⑥
콜롬비아 출장의 마지막 날, 우리는 보고타의 도시재생 행정을 정면에서 마주했다. 오전에는 도시재생·개발공사 RENOBO 사무실에서 협력 회의를 갖고, 낮에는 남부 외곽 시우다드 볼리바르의 급경사 정착지를 잇는 케이블카 TransMiCable을 타고 재생 회랑을 걸었으며, 오후에는 보고타시 주거국(Secretaría del Hábitat)을 찾아 비공식 정착지 개선 정책을 들었다. 도시재생을 '축출'이 아니라 '재활성화'로 풀어 온 이 도시의 문법은, 서울에도 적지 않은 물음을 남겼다.
RENOBO, 재생과 개발을 한 손에 쥔 공사
오전 첫 일정은 보고타 도시재생·개발공사 RENOBO(Empresa de Renovación y Desarrollo Urbano de Bogotá) 사무실이었다. 회의실 전면에는 발표 화면이 걸렸고, 우리 일행과 RENOBO 실무진이 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로비 안내판 앞에서 남긴 기념사진은 이 기관의 이름을 또렷이 보여 준다.
RENOBO 회의실 협력 회의 (RENOBO 본사, 2024.7.12 오전) · 촬영 2024.07.12 08:59 · 콜롬비아 메데진·보고타 출장회의 후 RENOBO 로비 안내판 앞 기념사진 (RENOBO 본사) · 촬영 2024.07.12 09:54 · 콜롬비아 메데진·보고타 출장
RENOBO는 전신인 ERU(도시재생공사)가 2023년 5월 이름에 'Desarrollo(개발)'를 더해 개편된 조직이다. 도시재생과 재개발 사업을 통합적으로 이끌고, 공공용지를 관리하며, 무엇보다 부분계획(planes parciales)이라는 도구로 개별 정비구역을 구체화한다. 새 국토이용계획(POT) 아래에서 보고타 도시재생의 핵심 시행자로 자리 잡았다.
revitalización vs renovación
회의에서 반복해 강조된 단어는 revitalización(재활성화)였다. 전면 철거형 renovación과 달리, 기존 주민을 몰아내지 않는 포용적 재생을 지향한다는 원칙이다. 개발 이익보다 그 자리에 살던 사람들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를 먼저 묻는 태도가, 이후 우리가 언덕에서 목격한 풍경을 이해하는 열쇠였다.
▶ RENOBO 협력 회의 현장
부분계획들, 그리고 Calle 72
RENOBO가 추진하는 부분계획은 도심 곳곳에 걸쳐 있다. Estación Calle 26, Calle 24, Centro San Bernardo, Calle 72, 그리고 우스메(Usme)의 Tres Quebradas 등이며, 이들을 합하면 약 1만 1,000여 호의 주택과 26만㎡가 넘는 상업 면적이 예정되어 있다.
이 가운데 Calle 72는 서울 측이 관심을 둔 협력 대상지 중 하나로, RENOBO의 부분계획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사업이다. 회의에서 오간 협력 논의의 실마리가 바로 이 지점에 있었다.
Bronx Distrito Creativo
RENOBO의 상징적 사례로는 브롱스 창의지구(Bronx Distrito Creativo)가 꼽힌다. 한때 'El Cartucho'였다가 우범지대 'El Bronx'로 전락한 도심 슬럼을 2016년 대규모 개입으로 정비하고, 문화기관 FUGA와 RENOBO가 협약해 약 3만 5,000㎡ 규모의 문화·창의·기억 공간으로 되살리는 사업이다. La Esquina Redonda 같은 역사 건축의 보존을 함께 안고 간다는 점에서, 앞서 말한 '재활성화'의 철학이 물리적으로 구현된 현장이다.
투날 역에서 케이블카에 오르다
회의를 마치고 우리는 도시의 남쪽 끝, 시우다드 볼리바르(Ciudad Bolívar)로 향했다. 이곳 재생의 상징이 된 교통시설 TransMiCable에 오르기 위해서였다. 출발점인 투날 역(Estación Tunal)은 도심 BRT망 TransMilenio의 Portal del Tunal과 연결되어, 저지대 도심과 고지대 정착지를 하나의 대중교통 여정으로 잇는 결절점이다.
투날 역 안내판과 승강장 (Estación Tunal, TransMiCable) · 촬영 2024.07.12 11:00 · 콜롬비아 메데진·보고타 출장출발을 기다리는 붉은 곤돌라 (투날 역 승강장) · 촬영 2024.07.12 11:01 · 콜롬비아 메데진·보고타 출장
짚어 둘 점이 있다. TransMiCable의 시행·운영 주체는 대중교통 공기업 TransMilenio S.A.이며, RENOBO와 주거국은 이 케이블카 노선 주변의 재생·주거개선 정책을 담당한다. 즉 케이블카 자체가 'RENOBO 사업'인 것은 아니고, 교통 인프라를 축으로 여러 기관의 재생 정책이 겹쳐지는 구조로 이해해야 정확하다.
2018
TransMiCable 개통(12.27)
3.34km
노선 연장 · 4개 역
약 15분
종전 1시간 20분 → 단축
약 2만명
일일 이용객
곤돌라에서 내려다본 사면의 도시
곤돌라가 완만히 떠오르자 창밖으로 산비탈을 빼곡히 덮은 주거지가 펼쳐졌다. 알록달록한 지붕들이 등고선을 따라 층층이 쌓인 풍경은, 이곳이 오랜 세월 자력으로 형성된 비공식 정착지임을 말없이 보여 준다. El Tunal에서 Juan Pablo II, Manitas를 지나 Mirador del Paraíso에 이르는 네 개 역이 이 사면을 종단한다.
곤돌라 아래로 펼쳐진 시가지 파노라마 (TransMiCable 상공) · 촬영 2024.07.12 11:03 · 콜롬비아 메데진·보고타 출장산비탈을 덮은 조밀한 정착지와 지붕들 (Ciudad Bolívar 사면) · 촬영 2024.07.12 11:15 · 콜롬비아 메데진·보고타 출장
TransMiCable이 개통되기 전, 이 언덕 주민들이 도심에 닿으려면 굽이진 도로를 돌아 1시간 20분을 써야 했다. 케이블카는 그 시간을 약 15분으로 줄였다. 시간당 7,200명을 실어 나르는 이 곤돌라는 단순한 관광 시설이 아니라, 지형에 갇혀 있던 사람들에게 '도시로의 접근권'을 돌려준 장치였다.
▶ TransMiCable에서 조망한 시우다드 볼리바르 정착지케이블카에서 본 언덕 마을의 밀집 주거 (Ciudad Bolívar) · 촬영 2024.07.12 11:15 · 콜롬비아 메데진·보고타 출장
언덕 마을을 걷다 — 정비된 가로와 벽화
중간 역에서 내려 우리는 재생된 언덕 가로를 직접 걸었다. 파랑·노랑으로 칠해진 집들 사이로 정비된 보행로가 이어졌고, 시가지가 아득히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었다. 케이블카가 '접근'을 만들었다면, 그 주변 가로 정비와 공공 공간 조성은 '머무를 만한 동네'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색색으로 단장한 언덕 마을 가로 (Ciudad Bolívar 재생 가로) · 촬영 2024.07.12 11:25 · 콜롬비아 메데진·보고타 출장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보고타 시가지 (언덕 마을 전망대) · 촬영 2024.07.12 11:28 · 콜롬비아 메데진·보고타 출장
가로를 따라 걷다 보면 벽화가 끊이지 않는다. 체커보드 무늬로 포장된 산책로, 치바(chiva) 버스를 그린 대형 벽화가 마을의 표정을 이룬다. 벽화 앞에서 현지 관계자들과 단체 사진을 남겼다.
체커보드 포장의 정비된 산책로 (Ciudad Bolívar 재생 가로) · 촬영 2024.07.12 11:34 · 콜롬비아 메데진·보고타 출장치바 버스를 그린 마을 벽화 (재생 가로 벽화) · 촬영 2024.07.12 11:38 · 콜롬비아 메데진·보고타 출장
재생 가로 벽화 앞 현지 관계자들과 단체 사진 (Ciudad Bolívar) · 촬영 2024.07.12 11:38 · 콜롬비아 메데진·보고타 출장▶ 재생된 언덕 마을 가로 답사
가르시아 마르케스, 그리고 하산
마을을 대표하는 벽화는 콜롬비아가 낳은 문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얼굴이었다. 안경 너머의 눈빛이 골목을 굽어보는 이 대형 초상은, 외곽 정착지가 단지 '개선의 대상'이 아니라 자부심과 문화적 정체성을 품은 삶의 터전임을 웅변한다. 짧게 현지 엠파나다로 요기를 하고 다시 케이블카에 올랐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대형 벽화 (Ciudad Bolívar 마을 가로) · 촬영 2024.07.12 12:01 · 콜롬비아 메데진·보고타 출장
하산하는 곤돌라 밖으로는, 산자락을 오르내리는 붉은 곤돌라들의 행렬과 도시의 파노라마가 번갈아 지나갔다. 하나의 케이블 위로 도시와 산동네가 실시간으로 이어지는 그 광경 자체가, 이 재생 회랑의 핵심을 압축한 장면이었다.
산자락을 오르내리는 곤돌라 행렬 (TransMiCable 복귀편) · 촬영 2024.07.12 12:23 · 콜롬비아 메데진·보고타 출장▶ 케이블카 하산 조망
주거국(Secretaría del Hábitat) — 비공식 정착지를 정책으로 끌어안다
오후에는 보고타시 주거국(Secretaría del Hábitat)을 찾았다. 건물 외벽을 뒤덮은 'HABITAT' 정원벽을 지나 회의실에 들어서니, 오전의 논의가 자연스레 이어졌다. 주거국은 우리가 오전 내내 목격한 비공식 정착지의 개선과 주거 공급을 관장하며, TransMilenio BRT망과의 연계를 통해 접근성과 주거 여건을 함께 다룬다.
주거국 건물의 'HABITAT' 정원벽 (Secretaría del Hábitat) · 촬영 2024.07.12 13:52 · 콜롬비아 메데진·보고타 출장주거국 회의실 협력 회의 (Secretaría del Hábitat, 2024.7.12 오후) · 촬영 2024.07.12 14:34 · 콜롬비아 메데진·보고타 출장
정리하면, 케이블카(TransMilenio S.A.)라는 교통 축 위에 RENOBO의 도시재생과 주거국의 주거개선이 겹쳐지며, 하나의 사면을 여러 기관이 층층이 떠받치는 구조였다. '누가 무엇을 한다'가 선명히 나뉘면서도 현장에서는 한 덩어리로 작동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주거국 팀과 단체 기념사진 (Secretaría del Hábitat) · 촬영 2024.07.12 18:56 · 콜롬비아 메데진·보고타 출장
도시재생은 건물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그 자리에 살던 사람들이 계속 살 수 있게 하는 일이다 — 회의에서 오간 원칙을 우리 식으로 옮기면 그러했다.
라 칸델라리아를 내려다보며 — 여정의 마무리
회의를 마치고 주거국 건물 상층부에 올라 라 칸델라리아(La Candelaria) 원도심과 보고타 시가지를 조망하며 일정을 정리했다. 오전의 회의 테이블에서 시작해 언덕의 케이블카와 벽화 가로를 지나 다시 원도심으로 돌아오는 동안, 우리는 이 도시가 재생을 '위에서 내려주는 사업'이 아니라 '사람과 지형에 맞춰 짜 올리는 시스템'으로 다뤄 왔음을 확인했다.
주거국 상층부에서 본 라 칸델라리아 원도심 (Secretaría del Hábitat) · 촬영 2024.07.12 15:59 · 콜롬비아 메데진·보고타 출장▶ 라 칸델라리아 원도심 조망
💡 서울에 주는 시사점
💡 서울에 주는 시사점
포용적 도시재생(revitalización) — 전면 철거형 재개발을 넘어 기존 주민을 남기는 재활성화 원칙은, 젠트리피케이션 논란이 반복되는 서울 정비사업에 실천적 준거가 된다. '무엇을 짓는가'보다 '누가 남는가'를 먼저 묻는 태도가 핵심이다.
교통 인프라 + 주거개선의 통합 — 케이블카(TransMilenio S.A.)라는 접근성 개선을 축으로 RENOBO의 재생과 주거국의 주거개선을 겹쳐 낸 구조는, 지형·접근성 제약이 있는 서울의 산자락 저층주거지(예: 고지대 노후 주거지) 재생에 다기관 협업 모델을 시사한다.
한·콜 도시재생 협력 — RENOBO의 부분계획 중 하나인 Calle 72는 서울 측 협력 관심 대상지로, 부분계획(planes parciales) 방식·공공용지 관리 경험을 상호 학습하는 실질적 협력 채널로 발전시킬 여지가 크다.
출처 · 출처: RENOBO(Empresa de Renovación y Desarrollo Urbano de Bogotá) — 전신 ERU에서 2023.5 개편, 부분계획(Estación Calle 26·Calle 24·Centro San Bernardo·Calle 72·Tres Quebradas 약 11,371호+상업 261,056㎡), Bronx Distrito Creativo(FUGA·RENOBO 협약, 약 35,000㎡). TransMiCable Ciudad Bolívar — 2018.12.27 개통, 3.34km·4역(El Tunal↔Juan Pablo II↔Manitas↔Mirador del Paraíso), Portal del Tunal서 TransMilenio 연계, 시간당 7,200명, 1시간 20분→약 15분, 일 약 2만명(시행·운영 주체 TransMilenio S.A.). Secretaría del Hábitat de Bogotá — 비공식 정착지 개선·주거, BRT 연계. 현장 관찰: 2024.7.12(금) 보고타 RENOBO·시우다드 볼리바르 TransMiCable 재생 회랑·주거국 방문.